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금융·세제 정책과 관련해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차원이다. 정부가 예고한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 정책 등을 내놓기 전에 국민적 공감대 마련에 나선 측면도 있다. 이미 대토론회 홈페이지에는 수천 건의 국민 제언이 올라왔다. 그중에는 “현재의 대출 규제는 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소득자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라며 주거 사다리를 왜 정부가 걷어차느냐는 식의 신랄한 비판도 보인다. 징벌적 과세로 집값을 잡는 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실패로 입증됐다며 과세보다 공급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제언 등도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국민들의 호소가 향후 정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 금융 서비스의 문턱은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의 대출총량규제 등과 맞물려 당분간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IBK기업은행이 22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KB국민 등 5대 시중은행들도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제언도 정책화될지 불확실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앞서 “재개발 ·재건축이 만능키는 아니다”라고 온도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현 상황을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으로 규정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내 집을 마련하려다 은행 대출 문턱에 막힌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래서야 투기 수요만 정밀하게 잡아내기 어렵다. 최근 이 대통령이 자택을 29억 원에 매각하면서 잔금을 모두 받지 못한 채 17억 원대 근저당을 설정한 일도 요즘과 같은 대출 규제 속에서 집을 사고팔기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정부가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가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애먼 실수요자와 집을 세놓지 않으면 노후 생계 꾸리기가 힘든 퇴직 세대까지 무차별적으로 유탄을 맞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대토론회를 요식 행사로 넘기지 말고 세심히 여론을 살펴 정교하게 주택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