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졸 청년들의 일자리는 줄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9164달러로 지난해보다 7.6% 늘어 2021년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강세까지 뒷받침되면 4만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반도체발(發) 경제 고성장의 이면에 드리운 청년 실업 실태를 보면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졸 실업자는 48만 1000명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20대·30대가 30만 9000명으로 전체 대졸 실업의 64%를 차지했다. 경제성장과 청년 고용의 심각한 괴리가 걱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변화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내 AI 도입률이 현재 6%에서 10년 뒤에는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5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초급 업무의 빠른 자동화는 청년들의 사회 진입 문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취업 경험이 없는 대졸 실업자는 지난 분기에 5만 6000명으로 1년 새 7000명이나 늘었다. 취업이 늦을수록 임금·경력에서도 장기간 불이익을 겪는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이들의 삶을 옥죌 우려가 크다.
설령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더라도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이제라도 AI 시대가 창출할 새로운 직무와 산업에 주목해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용 ·임금 등을 유연화하는 노동 개혁을 가속화하고 경직된 채용 관행과 연공 ·학력 위주의 고용 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정부는 청년 고용 지원 정책을 단순한 보조금 지급에서 벗어나 AI 교육, 디지털 직무 훈련, 신산업 현장 연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기업들도 직무 중심 채용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산학 협력 등을 늘려 청년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많이 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