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 모(30) 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10월 말 신혼집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0월 실행분 접수가 열리면 ‘오픈런’을 해야 할지,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올 상황에 대비해 미리 신용대출을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특이한 아파트 거래가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분당 아파트 매수인을 상대로 17억 7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당장 잔금을 내지 못하는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먼저 넘기고 잔금 지급을 유예한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이다. 이 대통령은 근저당에 대한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현 정부의 복잡한 부동산 규제가 빚은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토지거래허가제와 고가주택 대출 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겹치면서 이 대통령 역시 일반적인 방식만으로 거래를 마무리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금융권 밖의 별도 방식을 활용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선택지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평범한 실수요자 입장에서 이 대통령 같은 ‘선의의 집주인’을 만날 행운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은행 대출이 막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고금리 2금융권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온라인에서 “앞으로 집을 사려면 은행이 아니라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야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이 싸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은행 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 이들에게 이번 사안은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방식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추진한 정부의 최고 책임자 거래에서 나왔다.
냉소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를 연다. 의견을 받기 위해 마련한 온라인 창구에는 ‘근저당을 통한 편법 거래를 막아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대토론회가 진정한 소통의 자리가 되려면 정부는 이 박탈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직시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부터 주택 시장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