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임광현 국세청장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독해졌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조사와 징세 등 국세청 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성은 과거부터 잘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성과 중심 주의로 업무 기조가 한 단계 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인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임 청장은 취임 이후 연공서열이나 기존 승진 경로보다는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를 통해 조직 전반에 ‘성과가 곧 인사’라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최근 마무리된 고위직 인사에서도 핵심 정책에서 성과를 낸 간부를 승진시켰다.
임 청장은 22일 “눈에 잘 띄는 자리보다 격무부서와 현장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한 직원들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어느 부서, 어떤 임용 경로에 있든 뚜렷한 성과와 역량을 보여준 직원에게는 그에 걸맞은 인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권자의 주관이나 기수보다 실제 업무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 임 청장의 기본 인사 원칙이다. 임 청장은 “청장인 나부터 권한을 내려놓겠다. 성과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승진 인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개청 이래 처음으로 6급 이하 직원 수시 승진에 직원 참여형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했다.
이런 인사 기조는 최근 고위직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임 청장은 국세 체납관리단 출범과 체납관리 체계 구축을 주도해온 박해영 징세법무국장을 국세청 2인자인 차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법안 마련과 예산 확보를 이끌어온 김지훈 기획조정관을 중부국세청장으로, 물가 불안 조장 탈세와 부동산 탈세,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탈세 대응을 지휘해온 안덕수 조사국장을 서울국세청장에 각각 승진 발령했다.
핵심인 조사 라인에서는 연공서열과 보직 관행을 뛰어넘는 인사가 이뤄졌다. 행시 45회인 이성글 서울청 조사4국장이 본청 조사국장에 임명됐고, 김영상(46회) 부산국세청 납세보호담당관은 서울청 조사4국장으로 이동했다. 조사국장은 세무조사 기획부터 조사대상 선정, 국제 탈세 대응, 탈세 정보 수집·분석까지 조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청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을 줄 알아야 하는 핵심 보직이다. 전임인 민주원(41회), 안덕수(40회) 조사국장보다 4~5기수 뒤인 이 국장을 발탁한 것을 두고 이례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그만큼 능력과 성과만 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영상 국장을 부이사관 승진 7개월여 만에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에 기용한 것도 지금까지의 인사 관행을 깬 사례로 꼽힌다. 세정가에서는 성과와 역량을 우선하는 인사 원칙이 조사국 인사에서도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임 청장은 “이번 인사는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인사가 아니라 하반기 핵심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인재를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국세청은 하반기 핵심 과제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임 청장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체납관리 혁신 △조세정의 확립 △포용적 민생 지원 △국세행정 AI 대전환을 5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임 청장은 업무보고 이후에도 간부들에게 “5대 핵심과제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임 청장은 2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하반기 첫 지방청장 회의를 열고 체납관리단 운영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지난 8일 출범한 체납관리단은 국세 체납자 134만 명과 국세외수입 체납자 424만 명의 체납 실태를 확인한다. 대상 체납액은 130조원으로 5500명 규모의 실태 확인원이 6개월간 활동한다. 임 청장은 “체납관리 혁신과 조세정의 확립은 국가재정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라며 “ 새롭게 부임한 지방청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합심하여 체납관리단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