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전자상거래법 시행으로 중고거래 시장의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리커머스 산업의 최대 걸림돌인 ‘이중과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 시행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된 만큼 세제도 이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시행된 개정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판매자의 개인·사업자 구분 △개인 판매자 신원 확인 △분쟁 발생 시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리뷰 운영 기준 공개 등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당국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중고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 피해와 분쟁을 줄여 리커머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판매자의 개인·사업자 구분이 명확해지면서 그동안 개인 판매자와 사업자 등록을 낸 중고 판매 사업자가 뒤섞여 있던 중고거래 시장에 일정한 거래 질서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 중고거래 사업자들이 더 명확하게 식별되면서 업계의 오랜 과제인 ‘이중과세’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거래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정비됐지만, 세금 제도는 리커머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예컨대 중고거래 사업자들은 대부분 개인으로부터 상품을 매입한다. 그러나 개인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어 사업자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사업자들이 중고 상품을 판매할 때 판매가격 전체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된다. 새 제품이 처음 판매될 당시 한 차례 부가가치세가 부과된 데 이어 동일한 상품이 중고로 다시 판매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부담이 또 발생하는 셈이다.
현행법으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매입세액공제 특례’가 마련돼 있지만 적용 범위는 고철 등 재활용폐자원과 중고차 등에 한정돼 있고, 중고 의류와 명품, 가전제품 등 일반적인 중고거래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중고품의 유통 특성을 반영한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주요국은 중고품의 판매 금액 전체가 아니라 재판매를 통해 얻은 차익(마진)에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마진과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일한 상품에 반복적으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문제를 줄여 리커머스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다.
국회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재활용폐자원과 중고차 등에만 적용되는 매입세액공제 특례를 수출신고필증이 있는 중고품으로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고품 유통 사업자가 매입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을 해소하고, 리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업계에서는 순환경제가 글로벌 산업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국내에서도 리커머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고거래는 최초 판매 과정에서 이미 세금 처리가 끝난 상품을 다시 거래하는 것이므로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리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관련 법과 제도를 추가로 개편하거나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