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상대로 동시에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찰 지휘부의 증거인멸, 수사 기밀 유출 개입 여부를 규명해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반면 경찰은 자체 수사를 통해 조직적인 윗선 개입 의혹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에서 어느 쪽이 여론과 명분을 선점할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1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한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국수본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각 과장실과 산하 계·기구 등이다.
경찰청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도 같은 날 국수본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영장을 집행하면서 경찰은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뒤 별도의 절차를 진행했다. 같은 사건을 놓고 검경이 같은 기관을 상대로 각각 영장을 집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양측은 적용 혐의와 압수 대상에서 차이를 보였다. 검찰은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를 중심으로 장 씨 부친에게 수사 내용이 전달되고 케이블타이와 리얼돌 등 핵심 증거가 누락·폐기되는 과정에 국수본 관계자가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경찰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적용해 당시 수사 지휘 과정과 보고 체계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소속 복수 관계자의 휴대폰을 압수 대상에 포함했지만 경찰 특수단은 휴대폰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경찰 지휘부 간 연락 내용과 수사기밀 전달 여부 등 윗선의 구체적인 관여 정황을 파고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이 장 씨의 살인 사건과 과거 성범죄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현장 경찰관의 증언이 나온 직후 이뤄졌다.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박 모 경정은 전날 “살인 사건과 외국인 여성 성폭행 사건을 분리 수사한 것은 국수본과 광주경찰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 측은 이날 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법조계에서는 양측이 이번 수사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경찰 지휘부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이나 수사 기밀 유출을 입증하면 경찰 수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검찰은 전날 이 사건을 보완수사한 광주지검 수사팀을 6월 수사 우수 사례로 선정하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대로 경찰이 윗선 개입 의혹을 해소하고 자체 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도 힘이 빠질 수 있다. 다만 국수본 산하 특수단이 국수본 지휘 라인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셀프 수사’로 인해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은 직무유기나 직권남용보다 혐의 사실이 구체적인 대신 입증이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며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핵심 증거의 누락·폐기 정황을 토대로 경찰 지휘부의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