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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공연장에 피아노 거장도 반해…리조트 없어도 6만명 찾는다

20.07.2026 1분 읽기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라로크 당테롱에는 대규모 관광시설도, 이름난 음악 유산도 없었다. 1970년대 인구가 2200명까지 줄며 소멸 위기에 놓였던 이 농촌 마을을 되살린 것은 새로운 건물이나 개발 사업이 아니라 숲속에 피아노를 놓겠다는 아이디어 하나였다. 1981년 시작한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은 46년째 이어지며 매년 주민 수의 12배에 달하는 관객을 불러들이는 마을의 핵심 자산으로 성장했다.

라로크 당테롱은 올리브와 포도 농사로 먹고살았지만 농가 소득이 줄면서 젊은층이 대도시로 떠났고 상점과 학교·공공서비스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50년이 지난 현재 인구는 5500여 명으로 늘었다. 변화의 출발점은 당시 시장이자 플로랑성 소유주였던 폴 오노라티니와 젊은 음악감독 르네 마르탱의 만남이었다. 피아노 전문 축제를 꿈꿨던 마르탱의 열정에 감동한 오노라티니가 성 정원을 내줬고 수백 년 된 플라타너스와 세쿼이아 숲에 매료된 마르탱이 무대를 구상했다.

예산도 공연장도 없었다. 주민들은 직접 삽과 망치를 들고 무대를 만들고 집에서 쓰던 의자를 가져와 객석을 채웠다. 호텔과 식당이 부족하자 연주자들에게 방을 내주고 직접 기른 채소와 치즈, 하우스 와인으로 식사를 대접했다. 마르탱은 인맥을 총동원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사실상 무보수에 가까운 조건으로 불러들였다.

부족한 인프라를 메운 주민들의 환대는 오히려 축제의 경쟁력이 됐다. 숲속 야외 무대와 주민들의 정성에 매료된 연주자들이 다시 마을을 찾았고 이런 이야기가 유럽 음악계에 퍼지면서 ‘거장들이 사랑하는 은신처’라는 명성을 얻었다. 초기 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르주 치프라는 공연이 끝난 뒤 주민들을 위해 밤늦도록 즉흥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피아노와 인연이 없던 마을이 평범한 숲과 주민의 환대를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바꾼 셈이다.

축제는 거대한 공연장을 먼저 짓고 관객을 기다리지 않았다. 작은 임시무대에서 출발한 뒤 관객과 연주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시설을 보강했다. 1984년 1400석 규모의 관람석을 설치하고 음향과 무대를 단계적으로 개선한 끝에 2010년 2020석 규모의 현재 공연장을 완성했다. 하드웨어가 축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한 콘텐츠의 힘이 시설 투자를 끌어낸 것이다.

오노라티니는 초대 조직위원장으로, 마르탱은 지난해까지 44년간 예술감독으로 축제의 방향을 지켰다. 거장뿐 아니라 신예 피아니스트 발굴에도 힘썼고 가장 비싼 티켓도 80유로 수준으로 유지했다. 현재도 150명 이상의 주민 자원봉사자가 매표와 관객 안내, 장애인 이동 지원을 맡는다. 첫 회부터 40년 넘게 참여한 주민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축적은 지역경제 성과로 이어졌다. 누적 관람객은 200만 명을 넘어섰고 매년 약 6만 5000명이 마을을 찾는다. 프랑스 시장조사 기관 GECE의 2019년 조사에서 관람객의 65%는 외부 방문객이었고 이 중 26%는 인근에서 하루 이상 숙박했다. 외부 방문객의 71.5%는 축제가 없었다면 이 지역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관람객의 지역 내 소비액은 약 450만 유로로 추산된다. 식당과 호텔은 축제 한 달 동안 연간 매출의 30~40%를 올리고 전원 민박과 공유숙박도 늘었다. 시는 수도원과 올리브 오일 압착소, 말 목장, 치즈 농가를 잇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연 관람을 지역 체험으로 확장했다. 운영비도 티켓 판매 65%, 기업·기관 후원 15%, 정부·지자체 보조금 20%로 구성돼 보조금 의존도를 낮췄다.

라로크 당테롱은 대규모 쇼핑센터나 빌딩·호텔이나 리조트를 짓지 않았지만 피아노라는 콘텐츠로 사람의 흐름을 바꿨다. 국내에서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나 통영국제음악제처럼 특정 장르를 지역 브랜드로 키운 사례가 있지만 상당수 지역축제는 방문객 수와 단기 흥행에 무게를 두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축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로크 당테롱은 지역소멸에 맞서는 무기가 건물과 기반시설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평범한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입히고 하나의 콘텐츠를 오래 키우는 아이디어도 사람과 소비를 끌어들이는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축제 홍보를 맡고 있는 아린 포테는 “처음에는 작은 무대에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하며 성장했다”며 “오랜 시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쌓아온 신뢰가 지금의 축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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