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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날릴까 잠 못 드는 주민들…기약 없는 대피생활에 한숨만

20.07.2026

“침을 뱉어 보니 연탄물처럼 새까맸어요. 수건에도 검은 먼지가 묻었고요.”

20일 인천 서해구 신현초등학교 별관 강당에서 만난 손춘화(70) 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집에서 불과 50m가량 떨어진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가 밤새 타는 모습을 창밖으로 지켜보느라 한숨도 자지 못해서다. 불길은 한때 파란빛을 띨 정도로 거세졌고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옥상 구조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화재 발생 사흘째에도 대피 주민들의 일상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인근 주민 이 모(72) 씨는 전날 밤 귀가하려다 다시 치솟은 불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이제 괜찮아지나 싶으면 또 불이 번진다”며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당에 빼곡히 설치된 적십자 텐트 사이에서는 주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주민들은 대피소에 머물면서도 하루에 몇 차례씩 집을 찾아 분진을 닦아내고 있었다. 창문을 닫아도 검은 재가 벽과 바닥에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손 씨는 이날 아침에도 집에서 걸레질을 하고 몸을 씻은 뒤 대피소로 돌아왔다. 그는 “차를 닦아도 금세 검은 먼지가 다시 내려앉는다”고 했다.

초기 대피가 사실상 주민들의 자력에 맡겨졌다는 불만도 나왔다. 동남아파트 주민 김영순(69) 씨는 화재 당일 홀로 사는 이웃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아파트와 학교를 여러 차례 오갔다. 김 씨는 “통장들이 집집마다 찾아가 주민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연휴라 자녀들이 집을 비운 노인들은 대피가 늦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인근 학교와 어린이집도 비상이 걸렸다. 서해구에 따르면 이날 신석초등학교와 어린이집 14곳이 휴업·휴원했고 유치원 1곳은 실내 활동 위주로 일정을 조정했다.

불은 18일 오전 6시 54분께 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돼 7층과 건물 반대편으로 번졌다. 당국은 현장 반경 116m에 대피령을 내렸지만 해제 시점은 정하지 못했다. 서해구 관계자는 “진화 상황을 살핀 뒤 회의를 열어 대피 명령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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