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논설위원
예전부터 집값은 전 국민적 관심사였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정부 차원의 체계적 주택 가격 통계자료는 미비했다.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이 국책은행 시절이었던 1985년 경제기획원의 승인을 얻어 이듬해 1월부터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개시했다. 그마저도 초기에 전국 표본 수를 2498가구 정도로 잡아 시장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집값 국가 통계의 빈틈을 메운 것은 민간 부동산 정보 회사들이었다. 1988년부터 전국 아파트 시세와 물건을 상세히 소개한 부동산뱅크 등 주간·월간 부동산 정보 잡지들이 출간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는 부동산 포털 전성시대가 열렸다. 부동산랜드·부동산114·닥터아파트 등이 무료로 전국 집값 데이터와 시장분석 자료를 제공했다. 그 바통은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모바일 부동산 정보 앱들로 이어졌다. 이들 서비스 덕에 누구나 집값 정보를 공짜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복부인과 떴다방 등 소수의 업자들이 주무르던 부동산 시장이 투명해진 것이다.
반면 정부는 2006년에서야 한국감정원을 통해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대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작성에 나섰다. 이 지수에 전세 가격이 반영된 것은 2014년부터였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지수도 2013년에야 한국감정원에 이관됐다. 정부는 2020년 한국감정원을 한국부동산원으로 개편해 부동산 관련 통계 업무 등에 주력하게 했다.
뒤늦게나마 정립된 정부의 주택 가격 통계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입김에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범여권 일부 의원들과 진보 시민단체가 최근 토론회를 열고 주간 단위 주택 가격 통계 발표 폐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간 정보 서비스로 집값 시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정부 통계만 숨긴들 무슨 소용이 있나. 주거 불안 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불신만 부를 뿐이다. 집값 통계에 무슨 죄가 있을까. 그 결과를 놓고 유불리를 계산하려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오히려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