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제도를 두고 주주와 협력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면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장 제도를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노사와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가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영업이익 10%’ 관련 “이해관계자도 함께 행복해야”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누구도 회사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제도를 만들다 보면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도 없앴다.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 규모가 급증하면서 올해 성과급 지급률은 기본급의 2964%까지 치솟았고, 일부 직원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 회장은 이 제도가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회사 밖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SK그룹의 경영 철학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거론하며 구성원의 행복만으로 제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성원에게 가능한 한 많은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스테이크홀더, 즉 주주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실제로 침해하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제도를 손대고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성과급 재원이 지나치게 불어나 주주가치나 다른 이해관계자의 몫을 줄이는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다만 최 회장은 현재 제도가 실제로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있는지는 아직 충분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 노사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 제도를 설계한 임원이 최 회장의 뜻을 거슬러 문책성 해고를 당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N% 성과급’ 산업계 확산…주 52시간·상속세 개편도 제언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특히 반도체 부문과 다른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가 커지면서 형평성 논란도 확대됐다.
원청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성과 공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향후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사회연대임금’ 구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개념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개인의 자발적인 성취 의지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근로자가 스스로 더 일해 성취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일률적인 규제가 자원의 낭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상속세를 포함한 기업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현재 법과 제도는 고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양극화와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판단 영역이라며 거리를 뒀다. 그는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고 이를 어디에 사용할지는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아직 실행되지 않은 정책을 두고 찬반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