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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매장안내는 기본, 가상소비자까지 등장…유통가 구석구석 AI 확산

18.07.2026 1분 읽기

편의점 CU는 이달 여의도 등 러닝스테이션 점포에서 9900원짜리 ‘러너박스’를 선보였다. 이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소비자의 자문을 활용해 만든 상품이다. CU가 AI로 생성한 가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러닝 관련 패키지 상품을 원한다는 응답이 43%였고 희망 가격은 1만 원 이하(66%), 선호 영양 성분은 단백질(32%)과 필수아미노산(14%) 순으로 나타났다. 주 3회 이상 러닝을 즐기는 30대 여성 AI 합성소비자는 “단백질 특유의 퍽퍽한 식감을 덜 수 있는 액상 형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CU는 이같은 AI 합성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고함량 아미노산 3000㎎을 함유한 에너지젤과 구운란 2입, 닭가슴살, 프로틴 트러플 머쉬룸 수프로 구성된 러너박스를 출시했다.

유통업계의 AI 활용이 매장 안내와 통역 같은 고객 접점 서비스를 넘어 상품 기획과 물류 등 사업 전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편의점은 가상 소비자에게 신상품 반응을 미리 묻고, 면세점은 AI 기반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 운영사 BGF리테일은 최근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텔리시아와 ‘AI 데이터 기반 리테일 혁신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합성소비자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안에 나이·성별·취향이 제각각인 가상 인격을 수천~수만 명 단위로 생성하는 기술이다. 수백만 개의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돼 실제 사람처럼 객관식 설문에 응답하고 상품에 대한 주관식 평가도 내놓는다. CU는 지난 4월부터 합성소비자를 활용한 마케팅 기획을 시작해 러너박스로 성과를 확인한 뒤 이번 협약으로 협력을 공식화했다.

편의점 도시락 분석도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도시락을 ‘빠르고 간편한 식사’이자 혼밥 전용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결과에 따라 CU는 반찬 구성과 사이즈를 다양화한 메뉴 개발과 점포 내 취식 공간 확충을 기획하고 있다. 추후 매장 운영에도 기술을 적용한다.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한 가상 매장 ‘파라스토어(ParaStore)’에 합성소비자를 방문시켜 상품 진열과 동선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CU는 합성소비자 기술과 챗GPT 같은 범용 AI와의 차이로 데이터의 양과 깊이를 꼽았다. 범용 AI가 단편적인 추론에 그친다면 합성소비자는 수백만 개의 소비자 페르소나 데이터를 근거로 신뢰도 높은 정량·정성 결과를 내놔 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품 트렌드와 인기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유통 환경에서 수개월씩 걸리던 소비자 조사를 며칠 단위로 반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매장 안내와 통역은 이미 유통가의 기본 서비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은 이달 8일 외국인 고객이 많은 매장을 중심으로 ‘AI 쇼핑 어시스턴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AI 아바타와 실시간 대화하며 상품 설명과 재고 조회, 매장 내 위치 확인, 맞춤 추천까지 8개 국어로 이용할 수 있다. 직원과의 일대일 상담을 돕는 AI 통역 서비스는 지원 언어를 38개로 늘렸다.

백화점 업계는 한발 앞서 움직였다. 롯데백화점은 2024년 4월 유통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AI 통역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재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서 1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통역 디스플레이로 하루 평균 700건의 외국인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 글로벌’에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더하고 지원 언어를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 확대했다.

후방 물류 영역에도 AI가 파고들고 있다. 면세 물류는 유통업계에서도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고객이 출국 몇 달 전부터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등 여러 채널에서 수차례에 걸쳐 상품을 사들이면, 면세점은 이를 고객의 출국 당일 정확한 시간에 해당 공항 인도장으로 모아 전달해야 한다. 주문과 수령 사이 시차가 길고 인도 시점은 항공 일정에 묶여 있어 물건이 조금만 늦어도 고객이 상품을 못 받고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신세계면세점은 이 과정을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접목한 AI 물류 시스템으로 풀기로 했다. 주문부터 입고·보관·검수·피킹·출하까지 전 과정에 실시간 주문 데이터와 현장 데이터를 연계한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고, 이동형 로봇으로 상품을 빠르게 분류·이송한다. 물류센터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긴 디지털트윈 관제 시스템은 결품이나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해 인도 지연을 막는 역할을 한다. 출국 일정에 맞춰 흩어진 주문을 오차 없이 한 지점에 모으는 작업을 AI가 관리하는 셈이다.

이은관 BGF리테일 CX본부장은 “AI를 통해 고객의 과거 소비 패턴 분석을 넘어 미래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미리 예측하는 단계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며 “변화하는 고객 니즈를 더욱 정교하게 반영해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리테일 경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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