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의 쇼핑 동선이 올리브영과 면세점을 넘어 약국으로 확장되면서 제약사들이 약국을 프리미엄 더마코스메틱 유통 채널로 육성하고 있다. 올리브영·다이소·온라인몰에서는 대중성을 앞세운 브랜드를 키우는 동시에 약국에는 성분과 기능성을 강화한 전용 제품을 공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외국인 카드 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2조 1222억 원으로 사상 처음 2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약국 소비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06.1%로 주요 소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관리·마사지가 154%, 피부과가 86%로 뒤를 이었다.
의료관광 시장의 성장도 이 같은 약국 소비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지출액은 2020년 562억 원에서 지난해 5618억 원으로 5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전체 의료 소비 건수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38.24%에서 지난해 59.11%로 상승해 피부과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피부과 시술 이후 피부 진정과 장벽 회복을 돕는 ‘애프터케어’ 제품을 약국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제약사들은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성분 기술과 약국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공식 온라인몰 등에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약국에서는 기능성과 전문성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동국제약은 이달 전국 약국 200여 곳에 뷰티 제품 특화 공간인 ‘파마시뷰티솔루션’을 신설했다. 세포 케어 제품과 재생 크림,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 등 제약사와 피부과 기반 브랜드의 고기능성 제품을 한곳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센텔리안24’를 통해 일반 화장품 유통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 약국 전용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마데카파마시아’를 별도로 론칭하는 등 약국 상담 채널까지 강화하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성분과 기능성을 바탕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뷰티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기능성 제품을 선별해 약국 안에 스킨케어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독자 개발한 인체 동일 구조 상피세포성장인자 ‘DW-EGF’를 앞세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이지듀’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과 관리나 미용 시술 이후 손상된 피부 장벽의 회복을 돕는 애프터케어 제품 3종을 출시했다. 피부 진정과 재생을 강조한 제품군을 통해 병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시술 후 관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일반 유통과 약국 시장을 각각 겨냥한 브랜드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올해 올리브영 등 일반 소비자 유통 채널을 공략하기 위한 더마 브랜드 ‘아데시’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약국 전용 더마 브랜드 ‘프로캄’의 제품군을 확장했다. 판매 채널별로 브랜드와 제품 구성을 구분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행보다.
이처럼 약국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연구와 약사 교육을 체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약국화장품학회 설립추진위원회는 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학회는 약국 화장품 성분 연구와 약사 대상 전문가 교육, 학술대회 개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