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유리기판 시장 선점을 위해 유리·구리 접합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유리기판이 주목받자 관련 소부장 업체들도 기회를 잡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기판을 유리로 대체한 차세대 핵심 소재다. 기존 기판에 비해 열에 의한 변형이 적어 고열에서 휘는 현상이 거의 없고,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어 신호 전달 성능도 뛰어나다. 또 전력 소모량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AI 반도체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 5월 글로벌넷코프(GNC)와 공동으로 발간한 ‘유리기판 시장 및 동향’ 보고서에서 일부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2028년부터 유리기판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 내다봤다. 2028년부터 2040년까지 유리기판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67.2%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유리관통전극(TGV) 공정이 대표적이다. TGV 공정은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내부에 구리를 채워 전기가 흐를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유리를 뚫는 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 생기기 쉬우며 유리와 구리의 접착력을 높이는 것도 어렵다.
이정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유리는 표면의 거칠기나 열 전도 특성에서 플라스틱과 다를 뿐만 아니라 기존 기판보다 미세한 공정이 요구된다”며 “이전에 도금을 담당했던 업체들이 기술을 고도화해 유리기판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은 TGV 공정에서 유리기판에 구리를 도금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학소재사 와이엠티(251370) 는 자회사 와이피티와 함께 2024년부터 유리기판 연구를 해왔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에 도금하던 역량을 유리기판으로 이식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도금은 소재뿐 아니라 공정 기술도 중요한데 자사는 소재와 공정을 모두 확보해 시너지를 냈다”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샘플 납품은 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부터 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재사 와이씨켐(112290) 도 유리기판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와이씨켐은 유리기판 제조에 필요한 감광액·박리액·현상액 3종을 고객사에 이미 납품한 데 이어 ‘유리·구리 접착력 개선 코팅제’를 개발했다. 현재 시제품 납품 후 고객사 평가가 진행 중이다.
와이씨켐 관계자는 “유리는 기존 기판 대비 안정적인 표면을 갖고 있어 구리 배선과 결합력이 낮고, 이 때문에 열팽창 계수 차이에 의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이종 소재 간 접착력을 극대화하고 박리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코팅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에서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힌 씨앤지하이테크(264660) 는 시선을 접착제에서 유리로 돌렸다. 플라즈마 이온빔을 쏘아 유리 표면의 특성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유리와 구리의 접착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앤지하이테크는 현재 시제품에 대한 고객사 평가가 진행 중이다. 회사는 늦어도 2028년에는 제품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