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최근 오렉신 수용체 기반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 기업을 인수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관련 치료제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대증치료와 달리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오렉신 신호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달 영국 센테사 파마슈티컬스의 인수를 완료했다. 조건부 가치권리(CVR)를 포함한 계약 규모는 최대 78억 달러(11조 6072억 원)다. 2019년 항암제 개발 기업 록소 온콜로지를 8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릴리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계약이다.
센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오렉신 수용체2(OX2R) 작용제 기반 수면장애 치료제 ‘클레미노렉스톤(ORX750)’이다. 클레미노렉스톤은 졸림 등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오렉신 신호를 직접 활성화해 질환의 근본적 작용 기전에 접근하는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기면증과 특발성 과다수면증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센테사 외에도 글로벌 제약사의 관련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다케다의 OX2R 작용제 ‘오베포렉스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연내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오베포렉스톤은 임상 3상에서 1형 기면증 환자의 일상생활 기능과 인지 기능, 수면 관련 증상 개선을 확인했다.
국내 기업도 오렉신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 신약 개발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수년 전부터 국내 바이오 벤처 아름테라퓨틱스와 OX2R 작용제 계열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경쟁 후보물질보다 낮은 농도에서 우수한 약효를 보이는 물질을 발굴해 계열 내 최고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양사는 지난해 OX2R 작용제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후보물질은 아직 임상 진입 전 단계다.
SK케미칼도 최근 한국에자이와 이중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 ‘데이비고’의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센테사의 OX2R 작용제가 오렉신 신호를 활성화해 기면증 등을 치료한다면, 데이비고는 오렉신 신호를 차단해 각성을 낮추는 불면증 치료제다. 데이비고는 올 하반기 국내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수면장애 시장은 2025년 305억 달러(약 45조 원)에서 2035년 786억 달러(약 117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오렉신 신호를 직접 조절하는 신약 개발도 활발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수면장애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수면장애 치료제에 대한 낮은 보험 약가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실제 기면증 치료제 ‘와킥스’는 낮은 약가를 이유로 국내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 데이비고도 국내에서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