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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플레이션에 수천억 장비값도 오른다…중국은 수용, TSMC는 반발

17.07.2026 1분 읽기

인공지능(AI) 칩 공급난 여파로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리소그래피 가격이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리소그래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ASML과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이자 ASML 최대 고객인 대만 TSMC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ASML이 극자외선(EUV)과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가격을 인상하려 하자 TSMC가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가격 인상을 위한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을 쫴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 장비로 AI 프로세서는 물론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필수 시설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데다 1대당 수천억 원에 달할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사실상 ASML이 독점하고 있다.

EUV와 DUV 모두 빛의 파장을 이용하지만 EUV 파장이 더 짧기 때문에 최첨단 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EUV가 DUV보다 비싸다.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EUV가, 이보다 넓은 회로 선폭이나 자동차 및 가전용 반도체에는 범용적인 DUV가 쓰인다. TSMC, 삼성전자(005930) , SK하이닉스(000660) 등이 ASML의 대표 고객사다.

디인포메이션은 ASML이 중국 반도체사에 DUV 리소그래피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일부 고객은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수출 제한 때문에 EUV를 들일 수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DUV 리소그래피마저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공정이 멈추기 때문이다.

반면 TSMC는 가격 인상에 저항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빅테크의 칩 생산을 책임지는 TSMC는 파운드리 시장 73%를 차지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에서 DUV가 중요하기 때문에 EUV뿐만 아니라 DUV 가격 인상도 TSMC 입장에서 수용하기 힘들다.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과 달리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리소그래피 독점 공급사에 저항할 수 있다. TSMC는 인상된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ASML을 압박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TSMC가 반도체 설계사들의 물량을 수용하려면 ASML 장비 확대가 필요하지만 ASML도 최대 고객인 TSMC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ASML은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추격 중인 인텔을 언급하며 TSMC를 압박하고 있다. ASML은 이날 인텔이 최신 고개구율(High NA) EUV로 1.8나노급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1대당 4억 달러(5940억 원)를 훌쩍 넘는 이 장비가 표준 EUV 가격의 2배라며 반발하지만 경쟁사인 인텔은 가격 인상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ASML은 AI 개발 붐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리소그래피 수요도 커졌다. ASML은 이날 2분기 매출이 93억 2600만 유로(15조 86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6.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 전망치(88억 유로)를 크게 웃돈다. 신규 노광장비 판매량은 86대로 전 분기(67대)에서 크게 늘었다. 순이익도 29억 18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26억 2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올해 연간 매출은 430억~450억 유로로 전망돼 1분기 실적 발표 때 제시된 범위(360억~400억 유로)를 뛰어넘었다.

ASML은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와 AI 기술 발전이 첨단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객사들이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계속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165대 수준인 ‘저개구율(Low NA) EUV 생산능력을 내년 30% 늘리고 2028년 추가로 3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30대 수준인 DUV 액침 노광장비 생산능력도 내년 30% 늘린 뒤 2028년 30%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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