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 차가 약 3년 6개월 만에 1%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그동안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던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금리 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환율 안정 여부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외국인 자금 움직임 등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2.75%)과 미국(3.50~3.75%)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진 것은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한미 금리 차 축소는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는 높은 달러 금리를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키워왔다. 금리 차가 줄어들면 달러 자산 선호는 물론 원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원캐리 트레이드’ 유인도 약해질 수 있다.
다만 환율 방향은 금리 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달러 흐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수출 업체 네고 물량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평가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금리 차 축소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신 총재는 앞서 “금리 차가 줄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발생하는 원화 절하 압력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변수는 연준의 움직임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차는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과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연준이 예상보다 강한 긴축 의지를 드러낼 경우 한은 역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은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원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환경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성장과 물가가 모두 예상보다 강한 국면은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한미 금리 차를 축소할 수 있는 사실상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