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경 기업 ‘진즈’를 창업한 다나카 히토시 대표가 꼽은 지방소멸 시대의 해법은 호텔이나 랜드마크 건물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사람을 키우는 ‘창업가 생태계’였다.
다나카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도시가 살아나는 데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고향인 군마현 마에바시시의 지역 재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창업 35년 차를 맞은 2012년이다. 모나코에서 열리는 창업가 시상식 참석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 공헌 활동을 정리하다 회사는 성장했지만 사회를 위해 한 일을 선뜻 내세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마에바시시는 도심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군마현의 창업률 순위도 일본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40위권에 머물렀다.
다나카 대표는 곧바로 창업가를 발굴하는 ‘군마 이노베이션 어워드(GIA)’와 교육 프로그램인 ‘군마 이노베이션 스쿨(GIS)’을 시작했다. 와세다대 교수진과 창업 전문가 등을 초청해 100회 넘는 강연과 교육을 진행하며 지역 주민과의 접점도 넓혔다. 공무원과 은행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던 주민이 지역 양조장을 알리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고 로컬 창업자를 위한 금융 컨설팅 회사를 세우는 등 새로운 도전도 이어졌다. 군마현의 창업률 순위는 팬데믹 기간 18위까지 올랐고 2022년에는 21위를 기록했다.
지역 기업의 참여도 직접 끌어냈다. 기업인을 한 명씩 찾아가 설득해 처음 25개 기업으로 시작한 ‘태양의 모임’은 현재 64개 기업으로 늘었다. 이들이 약 3억 엔을 모아 바바카와 거리 정비에 나선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그는 “기업인들은 지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길 계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조금도 요구하지 않았다. 거리 정비 역시 민간자금으로 추진했다. 다나카 대표는 “행정은 민간이 결국 보조금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기 쉽다”며 “지역을 위한 일이라는 점을 꾸준히 설명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다나카 히토시 재단도 창업자인 자신의 세대까지만 운영하는 한시적 조직으로 설계했다. 재단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사람과 사업을 키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지방소멸 대응 역시 행정의 보조금과 시설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물을 먼저 짓기보다 지역 안에서 비전을 공유하는 리더와 창업가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창업가와 크리에이터가 계속 도전하는 도시가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