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우리말 ‘비비다’에 기인한다. 19세기 초 장혼의 ‘몽유편’과 19세기 말 ‘시의전서’에 한자 ‘부비움밥’이 나오는 것을 보면 ‘비비다’의 원어는 ‘부비우다’ ‘부비다’임을 알 수 있다. 비빔밥도 ‘부뷔엄밥’ ‘부비움밥’ ‘부빔밥’ ‘비빔밥’ 등으로 다양하게 나온다. 이 ‘부비우다’가 단모음화 현상을 거쳐 ‘부비다’로 되고 다시 ‘부비다’는 언어 변화를 거쳐서 ‘비비다’가 된 것이다.
‘비비다’의 사전적 의미는 ‘섞다(mix)’와는 다르다. ‘비비다’는 아부할 때 ‘손바닥을 비비다’와 같이 두 물체를 서로 비비는 것이다. 이때 기름과 같은 윤활제가 있으면 더욱 잘 비벼진다. 즉 밥과 나물과 반찬을 참기름이나 고추장을 넣고 숟가락으로 비벼야 맛이 난다. 밥과 반찬을 따로따로 먹는 것보다 한 번에 먹으면 더 맛있게 된다. 더군다나 이들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잘 접촉하도록 서로 비비면 더욱 맛이 난다. 비빔밥은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만 비빌 수 있다. 젓가락으로는 섞는 것만 가능하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비빔밥을 우리말로 쓰기를 주저했다. 그들은 비빔밥의 어원과 아무런 상관없이 중국의 ‘골동갱(여러 재료를 넣어서 끓인 국)’에 빗대어 ‘골동반’으로 쓰고 비빔밥의 소리를 차용해 ‘부비반’으로 썼으며 심지어 ‘혼돈반’으로 쓰기도 했다. 해방 후에 비빔밥의 본질을 단순 섞음밥 정도로 잘못 알고 한동안 영어 ‘믹스드 라이스 베지터블(mixed rice vegetables)’로 썼는데 이제 영문명도 ‘bibimbap’으로 제대로 쓰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