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할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댓글을 통해 진행한 즉석 의견 수렴을 공식적인 온라인 설문으로 확대한 것이다. 설문 결과는 이 대통령이 23일 직접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15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받는 홈페이지인 ‘부동산토론회.kr’에 초고가 주택의 적정 기준 시가를 묻는 투표형 설문을 게시할 예정이다. 현재 문항과 선택지를 다듬고 있으며 기술적 점검을 마치는 대로 설문을 공개할 방침이다.
설문에서는 “1주택 실거주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인다면 적정 시가는 얼마부터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30억~40억 원 △40억~50억 원 △50억 원 이상 등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택 공급과 부동산 금융 정책에 관한 문항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주택 실거주 주택이더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세 부담을 높일 수 있다”며 적정 기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시가 30억 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너무 가혹하다”며 “한 50억 원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대국민 설문 결과가 이달 말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다. 정부 내부에서는 거주 지역과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응답이 달라질 수 있어 다수 의견만으로 초고가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초고가 주택 기준이 최소 30억 원보다는 높게 설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가 40억 원 또는 그 이상의 특정 가격대부터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을 별도로 만들고 현행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반적인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수십억 원대 주택과 100억 원이 넘는 주택까지 같은 1주택 우대 체계로 묶는 현행 제도는 손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시가 40억 원을 경계로 삼으면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 상당수가 과세 강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현행 종부세 구조에서는 시가 40억~50억 원대 주택이라도 세 부담이 곧바로 크게 뛰지는 않는다.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에서 12억 원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과표를 계산하고 고령자·장기보유자는 최대 80%의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시가격 23억 5000만 원인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했다면 장기보유 공제 등을 적용한 올해 종부세는 700만 원을 밑돈다. 초고가 1주택에 실질적인 추가 부담을 지우려면 가격 기준만 정할 것이 아니라 별도 과표 구간과 세율을 함께 신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현식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현행 종부세도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분부터 중과되는데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감안해 역산하면 합산 시가 40억 원 수준으로 이번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며 “초고가 1주택을 선별적으로 과세하려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일괄 인상하는 것보다 별도 과표 구간과 세율을 두는 방식이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초고가 주택 별도 과세를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종부세 대상자의 과표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수단인 반면 별도 과세 구간은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에 추가 부담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주택 수뿐 아니라 주택 가격과 담세 능력을 과세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무회의에서 1억 원짜리 주택 세 채를 보유한 사람은 다주택자로 분류하면서 30억 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은 1주택자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토론회의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 역시 부동산 세제 개편의 “1차 목표는 정상화”라며 집값 억제는 부수적인 효과라고 강조했다. 주택 수 위주의 현행 과세 체계를 주택 가액과 부담 능력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손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설문 결과와 전문가 의견, 과세 형평성, 가격대별 실제 세 부담을 종합해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16일 부동산 세제 토론회와 23일 대통령 주재 국민 대토론회를 거쳐 초고가 주택의 기준과 과표 구간, 적용 세율 등을 구체화한 뒤 이달 말 세제 개편안에 담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