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인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실제 반도체 수출 단가가 전년 대비 163.3% 오르고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실적(1734억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도 12.3% 뛰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추가 세수’를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해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1인당 5만 달러의 ‘경제성장 3·4·5비전’을 임기 내 달성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품목의 수출도 늘면서 세계 무역 4강이 진입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게 됐다”며 “ 초격차·초혁신 성장 동력을 육성해 잠재성장률 3%까지 높여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3%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걸림돌도 만만찮다. 당장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가 경제팀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미국·이란 전쟁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어 유가 등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재추계하면서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85달러로 가정했으나 향후 상황에 따라 이 가격 선을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우선 이달부터 총 1조 원을 투입해 석유류 가격과 장바구니 생활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9월 추석 민생 안정 대책도 별도로 내놓는다.
고용 둔화세 극복도 또 다른 과제다. 실제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은 당초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고용 전망을 내린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2006년 이전에는 취업자 증감 대신 실업률을 고용지표로 썼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 수출과 내수, 정보기술(IT)과 비IT,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20만 명 이상의 청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민간과 공공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달러당 15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환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 외평채 20억 달러를 추가 발행하는 한편 고환율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 14조 90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3고 문제와 고용 둔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성장 확대를 제시했다. 경제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져야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정부 지원 역량을 총집결하기로 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총 8.4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허브를 2028년 상반기 중 울산·동해·세종 등에 착공하고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운영한다.
나아가 자동차·로봇 등 국내 강점이 있는 7대 핵심 분야에 ‘피지컬 AI’ 지원을 강화해 반도체 단일 품목에만 의존하던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 또 센서, 액추에이터, 휴머노이드용 2차전지도 초혁신 경제 선도 프로젝트로 신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 투자 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원은 정부 출자와 운용 수익 일부 추가 세수 등을 함께 투입하기로 했다. 국민들의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도 검토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한 국민 참여형 성장펀드를 3분기 중 6000억 원 규모로 추가 출시해 성장의 마중물을 확충하기로 했다.
전국을 5대 광역 메가시티와 3대 특별자치권으로 묶는 ‘5극 3특’ 체제도 본격 가동한다. 지방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이른바 7대 패키지 인센티브 대책을 3분기 중 발표한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 총액의 40% 이상을 지방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산업이 고르게 성장하면 변동성이 상쇄되지만 지금은 반도체 한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어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