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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친구와의 만남까지 줄이는 이른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 현상이 한국을 넘어 일본과 미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식사와 커피, 술값 등 모임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자 약속 횟수를 줄이거나 부담스러운 만남을 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렌드플레이션은 친구(Friend)와 물가상승(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로 비용 부담이 인간관계 방식까지 바꾸는 현상을 뜻한다.
12일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달 Z세대 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는 물가 상승으로 친구와의 만남이나 모임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9.1%는 비용 부담을 ‘자주 느낀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부담은 실제 소비 행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71.2%는 최근 1년 사이 친구와의 만남 관련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83.9%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모임 횟수 자체를 줄였다고 밝혔다.
가장 부담이 큰 항목은 식사비였다. 응답자의 78.4%가 식사비를 가장 부담스럽게 느낀다고 답했고 커피·디저트 비용(40.1%), 주류비(29.7%), 생일·기념일 비용(25.8%), 여행비(22.4%),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 비용(20.6%)이 뒤를 이었다.
친구를 한 번 만날 때 사용하는 비용은 3만~5만 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응답자의 3분의 1은 한 번의 만남에 5만 원 이상 지출하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비용 부담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출을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의 88.8%는 동창이나 동기 등 친구와의 만남부터 줄였다고 응답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친구 유형으로는 ‘비싼 맛집만 찾는 친구’가 56.4%로 가장 많이 꼽혔으며 술자리를 선호하거나 자주 만나자고 하는 친구 역시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경험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프렌드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시성 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문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바꾼 인간관계…일본·미국도 ‘프렌드플레이션’
이 같은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일본에서 모임에 드는 비용과 관계의 만족도를 따져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돈을 써서 친구와 외식해도 관계가 깊어지는 건 아니라서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30대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가계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교제비는 전년 동월보다 14.7%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34세 이하 1인 근로자 가구의 소득 대비 교제비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2%에서 2025년 1.3%로 낮아졌다.
배경에는 정체된 소득과 물가 상승이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 20대 1인 가구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남녀 모두 0%대 증감률에 머문 반면 물가는 약 15% 상승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5년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의 외식 가격은 누적 20~30% 이상 상승했다. 외식과 주류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친구들과 식사와 술자리를 갖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저녁 식사와 음료를 포함한 모임 비용이 1인당 100달러(한화 약 15만 원)를 넘기는 일이 흔해졌으며, 일부 사례는 150달러(한화 약 22만 5000원) 수준에 이른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같은 형태의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친구와의 약속 자체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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