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해외 한국어 교육·보급 청사진이 나왔다. 세종학당을 우선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해외 초·중등학교와 대학을 지원하며 한글학교를 보강하겠다는 순서다. 다만 학교 숫자 등 세부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외교부, 재외동포청은 13일 각국 한국어 교육자 550여 명을 초청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026 세계 한국어 교육자 통합연수’ 개회식을 개최했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과 한글날 제정 100돌을 맞는 해다.
이날 행사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은옥 교육부 차관, 김진아 외교부 차관, 김경협 재외동포청 청장 등 해외 한국어 교육·보급과 관련한 4개 부·청과 함께 전우용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송기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전세계 한국어교육자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 장관이 대독한 서면 축사에서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과도 같기에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더 깊이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며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정신과 문화를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각국에서 증가하는 한국어 학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획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을 대폭 늘리고, 각국 정부와 협력해 해외 초·중등학교 내 한국어반을 늘려가겠다. 더불어 해외 대학의 한국어 강좌 운영을 지원해 한국어 교육의 거점이 될 대학도 폭넓게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차세대 재외 동포들이 우리말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지켜가고, 거주국과 대한민국을 잇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며 “나아가 전세계 각국에서 한국어 교육자들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넓혀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자 대표로 답사에 나선 문난모 미국 실리콘밸리한국학교장은 “우리 한국어 교육자들은 단순히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잇는 다리이자,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문화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정서와 가치를 전 세계인들에게 심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로 이어진 우리, 서로의 이야기가 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연수는 앞서 언급된 4개 부·청이 공동 주최하고, 세종학당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관했다.
참가자들은 개회 기념 퍼포먼스와 축하공연에 이어 진행된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의 기조강연에 참여했다. 장 교수는 언어교육의 본질과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어 교육자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후에는 기관별 우수 교육사례 발표, 토크콘서트, 특강 등이 이어진다. 이날 통합연수 이후에는 각 기관 특성에 맞춰 3∼4일간의 심화 연수가 진행된다.
한편 세종학당, 한글학교, 한국학교 등으로 흩어져 있던 해외 한국어 교육·보급 기관과 시스템의 ‘세종학당 일원화’가 결정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은 크게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세종학당(문체부), 재외 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 담당인 한글학교(외교부 재외동포청), 재외 한국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맡은 한국학교(교육부)로 나눠져 있는 상태다.
편가르기, 중복투자, 칸막이 운영에 대한 불만에 따라 2016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이들을 모두 세종학당 브랜드를 중심으로 합치고 컨트롤타워로 삼았다. 한글학교와 한국학교의 브랜드는 그대로 두지만 운영은 세종학당을 ‘기본’으로 한 셈이다. 세종학당이 부각된 이유는 점차 줄어드는 재외 동포보다는 순수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과 보급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로 일원화를 주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문체부와 세종학당의 ‘그립감’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일원화도 유야무야되고 사실상 각자도생하는 상태다. 올해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를 맞아 다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들은 세종학당으로의 일원화가 확정되고 이듬해인 2017년 통합연수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문체부, 교육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별로 한국어 교육자를 대상으로 각각 별도의 초청 연수를 운영했다.
문체부 측은 “2016년 일원화 결정 이후 해외 한국어 환경이나 국네 시스템도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통합연수를 계기로 세종학당·한글학교·한국학교를 포함해 해외 대학들까지 연계를 통한 시너지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