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커피 생산지가 흔들리면서 국제 커피값이 급등하자, 커피가 마시는 음료를 넘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기후와 공급 부족 우려가 겹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일반 투자자도 커피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까지 등장하는 등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9월물 미국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파운드(0.45㎏)당 3.47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6월 8일(2.48달러)보다 약 40%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 7일에는 하루 만에 16.2% 뛰며 최근 20년 사이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커피 가격이 불안한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다. 커피는 고온과 가뭄, 폭우, 병충해에 민감한 대표적인 기후 의존 작물이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아라비카 품종은 30도 이상의 고온에 취약해 이상기후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기후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수년간 커피 재배에 악영향을 주는 고온 일수가 연평균 57일 늘었다.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은 증가 폭이 약 70일에 달했다.
여기에 올해는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공급 불안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6월 기준 엘니뇨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99~100%로 전망했다. 브라질의 주요 파종기인 9~12월에도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경우 생산량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세계 커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ICE 아라비카 인증 재고는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 가능 면적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제 커피 가격은 올해 2월 파운드당 약 4.20달러까지 치솟으며 197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커피를 실물자산으로 거래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실물자산(RWA) 플랫폼 ‘비단(Bdan)’이 지난달 출시한 e커피는 브라질 세하도 NY2 등급 아라비카 생두 가격을 반영하는 디지털 상품이다. 출시 당시 ㎏당 1만2410원이던 가격은 10일 오전 기준 1만5860원으로 약 28% 상승했다.
기존에는 국제 선물시장을 통해서만 커피 가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반면 e커피는 0.1㎏ 단위부터 거래할 수 있고, 일정 수량 이상은 실제 커피 생두로 교환도 가능하다. 커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카페나 로스터리 등 자영업자가 가격 변동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상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대표는 “금이나 은처럼 커피도 누구나 디지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e커피와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선보여 실물자산 거래의 대중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