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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건전성 두 토끼 겨냥…“반도체업황 너무 낙관” 우려도

13.07.2026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재정과 건전재정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잡는 재정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10% 넘게 재정지출을 늘리면서도 국가부채도 양호하게 관리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세수 초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치인 390조 2000억 원을 25조 원 이상 웃도는 415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수입은 내년에는 ‘500조 원+ α’로 늘어 올해 전망치보다 최소 84조 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7년 전망치인 412조 1000억 원보다도 최소 87조 9000억 원 많다.

이렇게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별도의 계정에 담아 관리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세입의 특성상 매년 출렁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투자 지출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에 쓴다는 구상이다.

이때 정부가 말하는 추가세수는 실제 국세수입이 세입예산을 넘어선 기존 초과세수와는 개념이 다르다. 경제성장과 물가 등에 따른 통상적인 세입 증가 경로를 웃도는 부분을 별도로 떼어 기금에 적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5년간 국세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거나 10년 장기 세입추계에서 산출한 추세 증가율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미래대응기금을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는 재정 운용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자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로 규정했다.

막대한 세수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출 계획도 공개했다. 우선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 원+ α’로 편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27년 총지출을 764조 4000억 원으로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최소 35조 6000억 원 이상 지출이 늘어나는 셈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차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종전 최고치는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에 편성한 2019년도 예산안의 9.7%였다. 다만 국회 확정 예산 기준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총지출 증가율이 10.6%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전례가 있다.

정부는 세수 확대와 별도로 지출 구조조정도 강화해 재정 건전성에 힘을 싣기로 했다. 박 장관은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사업 폐지 10%까지 역대 최대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성과평가에서 감액 판정을 받은 사업은 15% 이상 삭감하고 폐지 사업은 전액 삭감할 방침이다. 정부는 50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중기적으로는 2026~2027년 재정을 선제적이고 확장적으로 투입한 뒤 2028년부터 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안정화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관리재정수지는 모든 연도에서 당초 계획보다 개선되고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에 당초 2029년 목표보다도 낮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재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기초로 짜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성장과 세입 확대가 사실상 반도체 산업 하나에 기대고 있어 향후 업황 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부처 출신의 전직 고위 관료는 “예산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워 경직성이 크다”며 “반도체 외바퀴 성장에 기대다 특정 시점에 재정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국가 재정의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9년 국가채무비율 목표는 58.0%로 정부는 2030년 비율을 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정확한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연도별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 등 구체적인 재정 경로는 향후 발표할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1%포인트 오른 연 3.809%, 10년물은 0.033%포인트 상승한 연 4.263%에 마감했다. 미국·이란 갈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금리 오름세가 금리 상승을 이끌었지만 장중 실시된 국고채 10년물 입찰이 예상보다 강하게 마무리되고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 후반 상승 폭은 다소 축소됐다. 정부의 사상 첫 두 자릿수 확장재정 방침은 이미 시장 예상에 부합한 재료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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