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 땅을 무자격 종중 대표자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매매대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소유권을 잃을 뻔 했던 구매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종중과 B 씨 등 사이의 소유권이전등기(본소) 및 부당이득금(반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해 원심의 반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A 종중은 2014년 11월 정기총회에서 C 씨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결의를 했으나, 이듬해 1월 한 종원이 해당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법원은 그해 10월 16일 1심에서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 C씨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도 했다.
문제는 C씨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이틀 전 종중을 대표해 B 씨에게 41억 8000만 원에 종중 토지를 매도하는 계약을 맺으며 벌어졌다. B 씨는 그 무렵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고 이듬해 2월까지 매매대금을 C 씨가 관리하는 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C 씨는 B 씨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종중 토지를 매도하고, 매도대금을 종중 세금 납부, 종중 대표자 지위 관련 소송 비용, 종중 사업이나 업무를 위한 비용, 업무추진비, 사무실 관리 비용, 직원 급여 등으로 지출했다. 이후 종중 대표자 지위를 두고 다툼이 이어지다 2016년 7월 직무대행자가 선임됐고, 종중은 앞서 C 씨가 맺은 매매계약이 무효라며 B 씨 등 현재 토지 소유권자를 상대로 토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종중의 주장을 받아들여 B 씨 등이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무효인 매매계약에 따라 이뤄진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라는 것이다. B 씨는 2심에서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내가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도 반환하라’며 맞소송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B 씨 등이 소유권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B 씨의 반소 주장 역시 받아들여 종중이 토지 매매대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B 씨가 지급한 매매대금 중 상당 부분이 종중 대표자로 볼 수 있는 직무대행자에게 지급됐거나 종중을 위해 사용됐다면 종중에 그 이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있다”며 “종중은 그에 상응하는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급부를 행했는데 그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돼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 당사자들은 각기 상대방에 대해 계약이 없었던 상태의 회복으로 자신이 행한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들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B 씨의 반소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B 씨와 나머지 피고의 본소 상고는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