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성장을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팹(Fab·반도체 공장) 증설의 속도전을 강조했다. 정부가 1600조 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미국의 자국 내 투자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응 논리가 될지 주목된다.
김 실장은 12일 페이스북에 “AI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장기 성장 추세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일본식 장기 저성장 경로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생산 능력 확대’와 ‘생산성과 자산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점을 추세 변화의 배경으로 꼽았다.
김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생산 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라며 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생산능력 부족으로 반도체 공급 공백이 발생하면 “고객은 성능과 품질이 뒤처지더라도 다른 공급자를 선택할 유인을 갖는다”며 중국의 추격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만약 중국 메모리 기업이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안정적인 고객과 생산 물량을 확보한다면 이를 발판으로 생산 경험과 수율을 쌓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중장기적으로 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넓혀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공급 부족은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고 시장 진입은 다시 기술 추격의 발판이 된다”며 “오늘의 공급 부족이 내일의 경쟁자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결국 추격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에 공급 공백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김 실장의 주장이다.
김 실장은 “팹 증설은 성장을 위한 공격이자 기술 격차를 지키는 방어”라며 “반도체 공장은 생산 시설을 넘어 첨단 소재·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 인프라가 집적되는 산업 생태계이자 국가 산업 역량이 축적되는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것은 시간”이라며 “스케일과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