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은 한 해 9000건 정도 발생한다. 피부암은 과거에 드문 암이었지만 고령화로 인해 피부암은 증가 추세에 있다. 점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검버섯이나 잡티로 생각해 레이저로 지우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피부 병변은 단순한 점이 아니라 피부암일 수 있다. 병변의 색이 여러 가지로 섞여 있거나, 모양이 비대칭적이고 경계가 울퉁불퉁하거나, 상처가 2주 이상 아물지 않는다면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피부암은 햇빛 노출 부위, 특히 얼굴에 많이 생긴다. 자외선이 피부 세포의 DNA 손상을 일으키고, 이 손상이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노화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능력과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11일 저녁 9시 25분에 방영되는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를 만나 피부암의 증가 원인과 조기 발견법,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 악성흑생종, 피부암 중 가장 위험도 높아
대표적인 3대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이다. 가장 흔한 것은 기저세포암이다. 기저세포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으로, 조기에 진단해 수술로 제거하면 치료 성적이 좋다. 다만 진단이 늦어지면 주변 조직을 파괴할 수 있어 방치해서는 안 된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보다 전이 가능성이 높다. 특히 크기가 크거나, 입술·귀 등 특정 부위에 생기거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게 생긴 경우 전이 위험이 올라간다. 악성흑색종은 3대 피부암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암이다. 전이가 가능하고,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악성흑색종도 초기 발견 여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일반인이 피부암을 의심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색, 모양, 그리고 낫지 않는 상처다. 노 교수는 “단순한 점은 대개 색이 균일한 경우가 많지만, 피부암은 검은색·갈색·회색 등 여러 색이 불규칙하게 섞여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모양도 중요하다. 병변을 반으로 접는다고 생각했을 때 양쪽이 비슷하지 않고 한쪽으로 비대칭적으로 자란다면 주의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는 상처다. 일반적인 피부 상처는 1~2주가 지나면 아문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낫지 않고,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피가 나고 딱지가 반복된다면 피부암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노 교수는 “낫지 않는 상처 밑에 암이 있는 경우가 있다”며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피부암 자가진단법 ‘ABCDE’ 기준
피부암 자가진단법으로는 ABCDE 기준이 널리 알려져 있다. A는 비대칭성(Asymmetry), B는 경계의 불규칙성(Border), C는 색의 다양성(Color), D는 크기(Diameter), E는 변화(Evolution)를 뜻한다. 특히 크기는 6mm 이상일 때 주의가 필요하다. 6mm는 흔히 연필 뒤 지우개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하나의 기준만 해당한다고 곧바로 피부암이라는 뜻은 아니다. 비대칭, 불규칙한 경계, 여러 색, 큰 크기, 변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피부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점이나 검버섯으로 오인해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경우도 문제다. 양성 점이나 지루각화증은 레이저로 제거될 수 있지만, 피부암을 레이저로 치료하면 조직검사를 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암이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노 교수는 “제거했는데 금방 다시 생기거나, 상처가 아물지 않고 피가 나면 반드시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특히 중요한 피부암도 있다. 손발톱과 발바닥에 생기는 말단 흑색종이다. 서양에서는 피부에 생기는 흑색종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손발톱이나 손발에 생기는 말단 흑색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손톱이나 발톱에 검은 줄이 생기거나, 멍처럼 보이는 병변이 오래 지속되거나, 색소가 손발톱 주변 피부까지 번진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 정상조직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
피부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원발 부위의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다만 피부암은 얼굴, 코, 눈꺼풀, 입술처럼 눈에 잘 띄고 기능적으로 중요한 부위에 잘 생긴다. 암을 제거하는 것만큼 정상 조직을 보존하고 흉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수술법이 ‘모즈 미세도식수술’이다. 일반적인 광역절제술은 눈에 보이는 암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넓게 제거한 뒤 나중에 암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확인한다. 반면 모즈수술은 암을 조금씩 제거하면서 그 자리에서 현미경으로 암세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병변의 지도를 만들고, 가장자리와 깊은 부위까지 암세포가 제거됐는지 단계별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노 교수는 “모즈 미세도식수술은 암은 완전히 제거하면서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이라며 “얼굴이나 손가락, 발가락처럼 1mm의 조직 보존도 중요한 부위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수술 당일 암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모든 피부암 환자에게 모즈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조직 보존이 중요한 부위, 충분한 절제 범위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더 적합하다.
피부암 중 기저세포암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되면 추가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편평세포암이나 악성흑색종은 전이 가능성이 있어 진행 정도에 따라 항암치료나 면역항암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악성흑색종은 과거 전이되면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으로 여겨졌지만,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 최근에는 전이된 4기뿐 아니라 재발·전이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쓰는 경우도 있다.
노 교수는 피부암 진료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으로 ‘암’이라는 말만 듣고 지나치게 두려움에 빠지는 환자를 꼽았다. 그는 “기저세포암이나 조기에 발견된 편평세포암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일상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피부암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위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예방 핵심 자외선 차단과 피부 관찰
피부암 예방의 핵심은 자외선 차단과 피부 관찰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SPF뿐 아니라 UVA와 UVB를 모두 차단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얼굴 중앙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얼굴 전체, 목, 귀, 뒷목, 손등까지 발라야 한다. 야외활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다면 원칙적으로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피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상한 병변이 보이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부암 판단에서 ‘변화’는 매우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거나, 크기와 색이 변하거나, 피가 나고 아물지 않는 병변은 사진을 가지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점인 줄 알고 방치했는데…손발톱에 생긴 검은 반점이 피부암? [노미령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