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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방사선 견뎌도 9개월이면 재발”…면역항암제로 치료 패러다임 전환

11.07.2026 1분 읽기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 어린이집 도우미로 계속 일했고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받았어요. 평생 담배는 입에 댄 적 없고 가족 중에도 흡연자가 없었습니다. ”

10일 연세암병원에서 만난 윤모 씨(70대)는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붓고 기침이 오래 간다 싶었는데, 폐암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지난해 7월부터 병의 징후가 처음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위의 권유로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달 넘게 차도가 없자 대형 병원을 찾았는데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폐에서 하얀 병변이 발견됐다. 암센터로 연계돼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받은 끝에 소세포폐암이란 진단이 나왔다.

폐암은 2000년 이후 여전히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동안 3만 2953명이 신규 진단을 받으며 갑상선암에 이어 발생률 2위에 올랐다. 폐암은 현미경으로 본 암세포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그동안 소세포폐암은 난치암의 대명사로 꼽혔다. 전체 폐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20%로 높지 않지만,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재발률이 높기 때문이다. 5년 생존율이 6%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소세포폐암 유병자는 약 1만 4000명, 신규 발생자는 3260명으로 추정된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 교수)은 “소세포폐암의 발병 원인은 음주, 흡연과 연관성이 높은데 이번 사례처럼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아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암이 기관지 주변에 주로 발생하다 보니 흔히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소세포폐암은 병의 진행 범위와 치료 방법에 따라 ‘제한병기’와 ‘확장병기’로 구분된다. 전체 소세포폐암 진단 환자의 30%가량이 진단받는 제한병기는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확장되지 않고 특정 부위에 국한돼 있는 유형이다. 종양이 한쪽 폐를 넘어 반대편 폐나 머리, 간 등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전이돼 있는 확장병기에 비해서는 종양의 부담 자체가 적다. 김 센터장은 “(윤 모씨가) 처음 내원했을 때 종양이 가슴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었다”며 “종양이 상대정맥을 침범해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대정맥은 얼굴, 목, 팔, 가슴 윗부분 등 우리 몸의 상체에서 순환하는 혈액을 모아 심장으로 다시 보내주는 핵심 통로다. 종양이 큰 혈관을 압박하자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얼굴이 붓는 등 전형적인 ‘상대정맥 증후군’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김 센터장은 “암세포가 반대쪽에는 퍼지지 않은, 제한병기 상태”라며 “병변을 최대한 한 구역에 국한시키는 데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윤 씨는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공략하기 위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한 달 주기로 3일씩, 총 4차례에 걸쳐 받았다. 동시에 30회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뇌전이 예방 차원의 뇌 방사선치료가 추가돼 도합 40회의 방사선치료를 소화했다. 고강도 치료를 시행한지 4개월 여만에 종양 크기가 상당히 줄었지만 윤씨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다.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못한 데다 검사와 치료 일정을 소화하느라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을 찾다보니 더욱 힘에 부쳤다.

소세포폐암은 증식 속도가 매우 빨라 1차 표준 치료 후 약 9~10개월 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에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마치면 재발할 때까지 경과를 지켜보는 것 외에 더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4월 백금 기반 화학방사선요법 이후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제한병기 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면역항암제가 허가를 받으면서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백금 기반 항암 방사선치료 이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을 2년간 시행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6.6개월로 위약군(9.2개월) 대비 7.4개월 더 길었다.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투여하면 종양이 다시 커지는 등 암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1년 반 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면역항암제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위약군(33.4개월) 대비 1.7배 늘어난 55.9개월에 달했고,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도 위약군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김 센터장은 “제한병기 소세포폐암은 고강도 항암 방사선 치료를 마쳐도 9~10개월 만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치료 후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투여하면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를 30% 이상 낮출 수 있고 일부 환자는 재발 없이 완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지난해 말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을 시작해 최근 7회차 투여를 마쳤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질 않아, 한 달에 900만 원 상당의 약값이 든다. 한국혈액암협회의 환급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2년간 지속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

소세포폐암 분야는 최근 면역항암제 외에도 DLL3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 플랫폼이 다각화되면서 신약 개발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브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기업이 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신약 임상을 진행 중이다. 김 센터장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을 노리는 ADC 신약 임상에서 희망적인 결과가 보고되는 등 소세포폐암 치료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된다면 완치 목표에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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