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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서 더 빨리 생산할수록… 美 빅테크 경쟁력에 도움”

10.07.2026 1분 읽기

“국내에서 더 빨리 생산해 미국 인공지능(AI)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설득할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메모리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엔비디아·구글·오픈AI 등 미국 빅테크의 AI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9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대미 투자 압박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에 맞춰 호남권에 총 8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결정한 후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져왔다.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추가 대미 투자를 공식 요청한 것은 아니다. 다만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미국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올해 초까지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전문가들은 공장의 물리적 위치보다 한미 반도체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 상당수는 엔비디아와 아마존·구글·오픈AI 등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에 공급되고 있다. 앞으로 조성될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미국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인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결합돼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등 사실상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공급량 확대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지영 국립외교원 교수도 “비용 등을 고려하면 미국은 생산 시설을 무리하게 자국으로 옮기기보다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공급망을 연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동맹국 간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해 더 큰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이 공급망을 신뢰할 수 있는 핵심 동맹국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과 달리 공급망 리스크가 낮은 만큼 한국의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미국 공장 건설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권 투자까지 추진하는 만큼 미국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짓기는 쉽지 않다”며 “대신 현재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도 미국과의 협력에는 적극적일 것”이라면서도 “추가 투자를 논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과 조건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370억 달러 투자)에 47억 4500만 달러,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38억 7000만 달러 투자)에 4억 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 투자 논의 역시 이러한 지원 이행과 새로운 인센티브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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