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달 방한 당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은 한때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렸다. 1990년대 스타크래프트 인기에 힘입어 e스포츠 산업 운영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했고 2000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e스포츠협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e스포츠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수천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광주에 있는 1005석 규모 전용 경기장이 최대 규모인 게 현실이다.
게임업계 형님 격인 넥슨이 잠실 스포츠 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결단이다. 넥슨이 40년간 운영할 스포츠 콤플렉스는 약 1만 1000석 규모다.
2032년 완공되는 넥슨의 스포츠 콤플렉스는 프로 농구 시즌엔 농구 경기장으로, 비시즌 기간에는 e스포츠 경기장으로 운용 된다. 현재도 일반 스포츠 경기장에서 e스포츠가 열리기는 하나 설계 단계부터 e스포츠 경기 개최를 염두에 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일반 경기장·공연장에서 국제 대회를 개최했던 e스포츠 업계엔 화색이 돌고 있다. 2023년 개최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은 서울 고척스타디움을 썼고, 올해 6~7월 개최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 MSI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일반 경기장은 e스포츠 중계를 염두에 두고 생긴 게 아니다보니 통신, 조명 같은 설비를 갖추고 대회를 열기가 더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직접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하기도 하는 넥슨이 경기장을 운영하면 훨씬 수월하게 국제 e스포츠 행사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넥슨의 스포츠 콤플렉스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음향, 조명 등의 특수 장비를 갖춰 국제적 수준의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설계의 ‘큰 그림’이라 할 수 있는 기획설계와 기본설계엔 미국 양키스타디움, 사우디 키디야 시티 이스포츠 아레나를 설계한 미국 건축회사 파퓰러스도 참여했다. 넥슨 역시 e스포츠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넥슨코리아가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에서 e스포츠 사업을 총괄하던 채정원 미디어 파트너십 본부장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스포츠 콤플렉스까지 생기면 한국 게임의 글로벌 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주요 게임들이 해외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해외 매출 비중은 확대되는 중이다. 넥슨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 1조 4201억 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이 62%를 차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52%)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신작 ‘아크레이더스’가 해외에서 흥행하며 북미·유럽 매출이 전년 대비 310% 오른 결과다.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한 크래프톤은 1분기 매출(1조 3714억 원) 중 해외 비중이 95.9%, 신작 ‘붉은 사막’을 성공시킨 펄어비스(1분기 매출 3285억 원)는 94%에 달했다.
e스포츠 대회 개최에 따른 해외 팬 방한 효과도 기대된다. 6월 말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MSI 대회를 개최 중인 대전시는 대회가 12일 끝날 때까지 약 8만 명의 관람객이 대전을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e스포츠 전용 경기장들이 생겼지만 서울 주요 입지에 대규모 경기장이 생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며 “국내 e스포츠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