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프리미엄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저가 상품과 무료 배송 등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됐던 e커머스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온라인 상거래가 유통시장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숙하면서 e커머스도 소비자 취향과 구매력에 따라 분화하는 모습이다.
백화점보다 통 큰 소비 하기도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전통적인 고가 쇼핑 채널인 백화점보다 결제 건당 평균 구매액(객단가)이 높은 e커머스 서비스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4월 선보인 온라인몰 ‘더현대 하이’는 오픈 후 현재까지 평균 객단가 2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통상부가 집계한 5월 오프라인 백화점의 월간 평균 구매 단가(14만3055원)를 10만원 가량 웃도는 수치다.
객단가는 결제 건당 평균 구매액을 말한다. 유통업계는 통상 두 가지로 객단가를 잰다. 전체 결제금액을 결제 고객 수로 나눈 ‘인당 구매금액’과, 결제 건수로 나눈 ‘건당 구매금액’이다. 인당 구매금액은 저가 상품을 여러 번 사도 수치가 커져 고가 구매 여부를 알기 어렵다. 반면 건당 구매금액은 한 번 결제에 얼마를 쓰는지 보여준다. 더현대 하이의 24만원은 건당 기준이다. 한 번 결제할 때마다 20만원 넘는 고가 소비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더현대 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공개하는 상반기 인기 판매 제품에는 90만원을 호가하는 부가부 유모차, 72만원에 판매하는 코치 숄더백 등이 포함돼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픈 이후 지금까지 3000만원대 냉장고나 2000만원대 스쿠터, 1000만원대 포뮬러원(F1) 관람 헝가리 여행 상품 등도 매출 상위권에 포함됐다”고 했다.
고객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더현대 하이의 매출은 오픈 이후 이달 1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더현대닷컴·투홈 합산 매출 대비 54%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방문객은 2600만명을 돌파했으며 신규 고객 수도 60만명을 넘어섰다. 프리미엄 e커머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출발선 달라도…프리미엄 e커머스 속속 등장
이런 움직임은 더현대 하이에 그치지 않는다. 오프라인 백화점에서 출발하지 않고 태생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e커머스도 프리미엄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무신사의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도 내부 추산 기준 올 상반기 패션 카테고리의 건당 평균 구매금액이 10만원대 중후반을 기록했다. 29CM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e커머스로 최근에는 패션 외에 가구 등에도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외형도 백화점 점포급으로 커지고 있다. 29CM의 연간 거래액은 2024년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TV홈쇼핑에서 출발한 e커머스 업체들도 전략을 수정하면서 프리미엄 e커머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앱·결제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1월 발표한 ‘2025년 주요 온라인 종합 쇼핑몰 1회당 평균 결제금액’에 따르면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은 객단가가 모두 15만원을 상회하며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특히 CJ온스타일은 객단가 20만594원으로 조사에서 유일하게 20만원을 상회했다. 쿠팡의 객단가(3만3062원)와 비교하면 6배 높은 수준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내부 측정 객단가는 이를 상회하고 있으며 일례로 프리미엄 뷰티 부문의 건당 객단가는 24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 넘어 ‘취향의 e커머스’로
객단가가 높은 e커머스들은 공통적으로 상품 큐레이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성비 대신 이용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격보다 안목이나 가치를 따진다”며 “단순히 비싼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소비자들에게 걸맞은 브랜드와 제품을 갖추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현대 하이는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첫 화면 최상단에 할인 행사나 기획전 대신 큐레이션 콘텐츠를 배치한다. 상품과 브랜드 선정에 있어서도 백화점 바이어 출신들을 배치했다. 입점 브랜드 구색이 수 만개에 달하는 일반 e커머스와 달리 입점 브랜드 수도 오프라인 백화점에 입점한 2000개에서 1000개만 더 늘려 3000개의 브랜드로만 운영하고 있다. CJ온스타일 역시 프리미엄 상품을 영상 콘텐츠로 소개해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돕고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관여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비결이 바로 프리미엄 상품을 다각적으로 조망하는 영상콘텐츠로, 제품 선정부터 소개, 의사결정 지원까지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한 구조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에 친숙한 세대가 주류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앞으로 프리미엄 e커머스 시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e커머스 네이티브’ 세대가 이제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며 “고가 제품은 오프라인, 저가 제품은 온라인이라는 기존 유통 공식과 달리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취향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양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