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1년 이내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최대 4배까지 높지만, 이후에는 증가세가 점차 둔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조종호∙윤동욱 폐식도외과 교수와 신동욱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폐암 수술 환자 3만 4519명과 일반인 대조군 10만 3557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불규칙하게 떨리는 움직이는 질환이다. 폐암 수술 후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수술 직후의 염증 반응과 자율신경계 변화, 폐 절제에 따른 혈역학적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심방세동이 뇌졸중과 심부전,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점이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장 내 혈류가 정체돼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서 심장 밖으로 나가게 되면 뇌 또는 심장의 혈관을 막을 수 있다. 암 생존자의 장기적인 건강관리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한 심혈관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 폐암 수술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일반인 대비 1.61배 높았다. 특히 수술 후 첫 1년 이내에는 그 위험이 4.06배까지 급증하며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위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수술 치료만 받은 폐암 환자에서 수술 후 1년 이내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은 일반인보다 3.26배 높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점차 감소했고 수술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일반인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폐암 수술 이후 연계 치료를 추가로 시행한 일부 환자군에서는 심방세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가 조금 더 길게 유지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폐암 수술 후 심방세동 위험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경과 시점과 치료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01~2005년 기준 16.6%에서 2019-2023년 42.5%로 크게 상승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 받은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65.7%에 달한다. 폐암 치료 성적의 향상으로 장기 생존자가 증가하면서 암 치료 이후 발생하는 심혈관계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모든 폐암 수술 환자에게 동일한 강도로 장기간 심혈관 감시를 적용하기 보다는, 개별 환자의 위험도에 따른 추적관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윤동욱 교수는 “폐암 수술 후 심방세동 위험이 수술 직후 가장 높지만, 시간 경과와 치료 과정 등에 따라 장기 위험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전국 규모의 자료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조종호 교수는 “폐암 환자의 치료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암 치료 이후 심혈관 건강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추적관찰을 적용하기보다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감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를 미국흉부외과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흉부외과학회지(The Annals of Thoracic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