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 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모델인 ‘월드 모델’을 개발한다. 행동 하나하나를 학습해야 하는 ‘행동 모델’과 달리 데이터 병목 문제 없이도 고성능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지만 개발 난이도가 어려워 전 세계적으로도 만든 기업이 손에 꼽힌다. 국내에서는 개발사가 거의 없는 가운데 LG가 기술 선점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이달 초 영국 피지컬 AI 스타트업 피직스엑스와 산업용 월드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피직스엑스는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고 기업 가치 24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인정받은 AI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이다. 항공우주와 자동차 등 제조업 고객을 상대로 공정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해주는 산업용 AI 모델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고객사다.
피직스엑스가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LG CNS는 피직스엑스의 산업용 AI 모델 개발 노하우에 자사의 제조 현장 데이터를 결합해 프론티어(최첨단) 월드모델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LG CNS는 그룹 계열사와 외부 고객사를 상대로 산업 AX(AI 전환), 최근에는 로봇 도입을 지원하는 로봇 전환(RX) 사업에 주력하며 관련 데이터를 쌓아왔다.
LG가 그룹을 통틀어 월드 모델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두뇌 역할을 하는 피지컬 AI 모델을 두고 LG CNS는 스킬드AI, 컨피그 등에 투자하며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즉 행동 모델 기술 협력에 주력해왔다. LG전자(066570) 도 엔비디아, 애지봇 등과 협력하며 역시 RFM 협력을 확대해왔다. LG AI연구원 역시 자체 모델 ‘엑사원’을 RFM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행동 모델에 비해 월드 모델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고난도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행동 모델은 사람이나 기계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학습해 로봇이 모방하도록 한다. 정교한 동작을 위해서는 방대한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만 행동 모델이 고도화할수록 이를 뒷받침할 학습용 행동 데이터가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정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생성형 AI는 10만 년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피지컬 AI는 1만 시간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월드 모델은 이 같은 데이터 병목을 극복할 수 있어 새롭게 주목받는다. 월드 모델은 행동 하나하나를 익히는 대신 사람이나 기계가 움직이는 규칙인 물리 법칙을 학습한다. 가령 행동 모델은 사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을 학습한다면 월드 모델은 중력 법칙을 배움으로써 위에 놓인 사물이 아래로 떨어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월드 모델은 가상 세계에서 다양한 행동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행동 모델이 학습에 쓸 수 있는 합성 데이터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코스모스’, 구글은 ‘지니’ 모델 시리즈를 개발하며 월드 모델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분야 4대 석학으로 불리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창업한 아미랩스의 ‘제파’까지 세 모델이 초기 단계의 경쟁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NC AI가 지난해 말부터 월드 모델을 자체 개발하며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도 최근 들어 월드 모델 국산화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1일 국산 월드 모델 개발 계획을 포함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LG전자와 마음AI, K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LG전자는 또 지난달 엔비디아와도 손잡고 로봇 개발에 코스모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LG CNS와 함께 그룹의 월드모델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월드 모델 개발과 함께 서울 서초구 양재 R&D캠퍼스에 연내 가동을 목표로 로봇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데이터 확대를 통한 행동 모델 고도화를 병행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에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