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와 함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 법인 간 국제 송금 실험을 마쳤다.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닌 실제 테더(USDT)를 이용해 돈을 보내고 이에 대한 검증까지 완료한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결제와 송금 영역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는 9일 현대차 미국법인(HMA)과 멕시코법인(HMM) 사이에 테더를 이용한 국제 송금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실제 해외 법인 간 대금 정산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미국법인이 2만 달러를 USDT로 바꾼 뒤 이를 멕시코법인에 송금하고 멕시코에서 이를 다시 달러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금과 검증까지 전 과정이 7분가량 걸렸다. 은행 간 국제 송금을 이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빨라야 3~4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처리 시간을 크게 단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카드는 해외 법인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을 위해 현대차와 함께 해당 지역의 회계와 세무·법무·내부통제 등 법규 및 규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송금 구조와 방식·역할 등 전 과정을 설계했다. 이번 미국과 멕시코 법인 송금에는 테더와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기업 액심이 참여했다.
현대카드는 이달 말부터 유럽 내 현대차 해외 법인을 대상으로 2차 실증에도 나선다.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를 기반으로 실제 송금을 진행해 환전 비용 절감 등 경제성까지 검증할 계획이다. 2차 실증에는 서클(Circle)과 비자 등 글로벌 기업이 함께한다.
앞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차는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법인 간 정산과 자금 이체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제 송금과 결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국내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와 송금을 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송금은 수수료도 거의 없어 해당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김용일 아바랩스 아시아 총괄은 “자금세탁방지(AML) 같은 규제를 충족한 스테이블코인 송금 모델을 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기반 자금 운용 체계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자금 관리가 크게 효율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병윤 DSRV 대표는 “송금에 따른 환전 비용도 중요하지만 자금이 이동하는 기간에 돈이 묶이는 문제가 크다”며 “글로벌 기업의 자금 관리가 다른 차원으로 한 단계 효율화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원화 코인 도입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주요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이용을 빠르게 확대할 경우 원화 코인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국내외 송금과 결제가 더 간편해질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원화 코인 도입을 뼈대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연내 처리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며 “글로벌 차원에서는 실제 송금과 결제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법안 도입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