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청국장이다. 밥 위에 청국장을 올려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몸과 마음 모두 든든해진다. 단골 청국장 식당이 있어 자주 들르는데 한번은 젊은 기자들과 식사할 일이 있었다. 평소 청국장을 먹는지 물었더니 무척 좋아한다는 것 아닌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유행’이라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했다.
출장차 들렀던 프랑스에서도 발효식품의 인기를 체감했다. 파리 시내 유명 백화점의 식품관 한가운데에는 된장·고추장·간장 등 발효식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우리의 장류와 김치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며 장바구니에 발효식품을 담아갔다. 전통 장을 활용한 도시락도 인기가 많아 준비하는 대로 동이 난다고 했다.
이처럼 제2의 K푸드는 발효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K푸드가 농산물 원물과 이를 가공한 음식이었다면 이제는 발효식품의 시대다. 첫째, 건강에 좋다. 발효식품은 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김치와 장류(된장·고추장·간장 등)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동시에 유익균의 먹이를 제공하며 장 생태계를 조화롭게 만든다. 발효식품의 대표 김치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식단 지침에 건강식품으로 소개됐을 정도다.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는 올 1월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에서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 채소·과일을 섭취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게 좋다”고 발표했다. 식단 지침은 향후 5년간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학교 급식, 군 급식, 영양 지원 프로그램의 기본 틀이 되는 공식 문서다. K발효식품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전통을 잇는다. 장(醬)은 한민족의 전통과 문화가 담겨 있는 음식이다. 선조들은 수천 년 동안 장을 담그고 이를 세대에서 세대로 공유하며 각 가정마다 고유한 장맛을 이어왔다. 장에는 공동체의 결속을 중시하고 오랜 시간 숙성하며 맛의 깊이를 더하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에 ‘장 담그기’ 문화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장은 그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다.
K발효식품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김치·장류 등 각 분야의 식품명인을 지정해 전통식품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김치 명인, 장 명인, 전통주 명인 등 88명의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활동하고 있다. 명인의 손맛을 배우기 위해 해외 유명 셰프들이 직접 찾아올 정도로 글로벌 인기도 높다. 해외에서는 K발효식품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한민족의 역사·문화·정체성이 응축된 유산에 대해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느낀다.
K푸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우리 땅의 유구한 역사·전통과 함께 고유한 사계절 속에서 자라 맛·영양·품질이 우수한 문화유산이다. 그중에서도 한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발효식품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 지난해 기준 김치 수출액은 1억 6400만 달러(약 2500억 원)로 10년 전보다 2.2배 증가했다. 고추장은 2.3배, 간장은 1.6배 늘었다. K푸드의 위상을 이어갈 ‘제2의 K푸드’ 발효식품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 성장 동력이던 반도체에 더해 이제는 K푸드가 수출 쌍두마차로 경제성장을 견인할 때다. K푸드 수출을 확대해 식품 영토를 확장하자.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에 발효식품이 진가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