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원을 조달하지 못해 산소호흡기를 떼게 된 홈플러스를 두고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최대주주인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 경영진을 한자리에 불러 세웠지만, 골든타임이 끝나가는 홈플러스를 수술대에 올리기 전에 누가 수술비를 낼 것인지 책임 공방만 주고받았다.
앞서 메리츠는 1000억 원을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자금으로 내놓기로 결정하고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 보증을 서면 이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MBK는 2000억 원 전액을 대출해주겠다는 계약이 먼저 체결돼야 1000억 원의 보증을 서겠다는 입장이다.
대안으로 을지로위원회가 메리츠에 홈플러스의 폐점 예정 점포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홈플러스의 긴급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메리츠는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두 회사가 청산 절차로 가면 본인들이 얻을 이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노골적으로 청산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책했다.
적법한 테두리 안에서 자본이 수익을 좇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를 MBK의 탐욕이나 메리츠의 냉정함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지난 10여 년간 대형마트 산업을 옥죄어 온 규제 환경 역시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야기한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긴급 자금이 집행됐다 하더라도 홈플러스가 다시 예전처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MBK와 메리츠가 선뜻 자금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MBK의 경영 실패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를 장기간 방치한 정책의 실패이기도 하다.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1만 3000여 명의 홈플러스 근로자는 물론 납품업체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홈플러스를 생계 기반으로 삼아온 약 10만 명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자본은 숫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MBK와 메리츠가 기업 회생을 토대로 한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역시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유통 규제를 손질하고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홈플러스를 수술대에 올리는 게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