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률 상향 조정을 받은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중동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진 와중에도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반도체 수출이 유가 충격을 압도할 것이라는 게 IMF의 판단이다. 전쟁발 공급 충격과 AI 기술 사이클이라는 상반된 힘이 세계 경제를 갈라놓는 가운데 한국은 그 수혜 축에 확실히 서 있는 모습이다.
IMF는 8일 내놓은 ‘7월 세계경제수정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1.9%)보다 0.7%포인트 뛴 수치로 수정 전망 대상인 주요 30개국 중 이란과 함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내년 전망치 역시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됐다. 두 해 모두 발표 대상 선진국 11개국 가운데 1위다.
반대로 세계 경제 전반의 그림은 어두워졌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4월보다 0.1%포인트 내린 3.0%로 낮췄다. 선진국은 1.8%→1.7%, 신흥개도국은 3.9%→3.8%로 각각 하향됐고 유로존(1.1%→0.9%)과 일본(0.7%→0.6%)도 낮아졌다. 중동전쟁으로 원유 수출에 타격을 입은 중동·중앙아시아는 1.9%에서 0.7%로, 사우디아라비아는 3.1%에서 1.7%로 큰 폭 조정됐다.
IMF는 중동발 공급 충격과 AI 주도 기술 사이클, 두 개의 상반된 힘이 각국 성장 경로를 좌우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중동전쟁 노출도와 AI 밸류체인 편입 여부에 따라 갈린다고 봤다.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대만·태국·말레이시아와 함께 ‘AI 하드웨어 순수출 상위 4개국’에 이름을 올리며 에너지발 악재보다 반도체·AI 수출 호재가 훨씬 크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1분기 성적표도 제시됐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은 연율 기준(분기 성장세가 1년간 지속됐다고 가정해 환산한 수치) 7.5%로 4월 전망 당시 예상치(1.8%)를 크게 뛰어넘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 전망도 동반 상향 조정된 점은 한국의 반도체·AI 관련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IMF는 세계 경제 리스크가 4월보다는 균형적이나 여전히 하방 요인이 우세하다고 진단하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무역 분절화, 일부 국가의 정책 여력 약화 등에 유의해야 하며 AI 역시 기대가 꺾일 경우 소비·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