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태국 등 아시아 주요 공항들이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을 실제 매출과 소비 수준에 맞게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객은 돌아왔지만 승객 1명당 소비액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해서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출국객 수에 객당 임대료를 곱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달라진 면세 소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은 지난 2월 새 면세점 계약에서 매출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기존에는 상품군별로 매출의 18~36%를 수수료로 받았지만 첫해에는 5%만 적용한다. 내년에도 수수료율을 최대 8%까지만 적용하고, 여객이 줄면 최소 임대료도 함께 낮추기로 했다.
상하이 푸둥공항도 매출 수수료와 최소 임대료 부담을 낮췄다. 이전에는 매출의 18~36%와 최소 임대료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을 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기본 임대료에 매출의 8~24%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태국공항공사(AOT)는 여객이 줄어도 정해진 금액을 내야 했던 최소 임대료 산정 방식을 바꿨다. 여객이 감소하면 최소 임대료도 낮추고, 승객 1명당 소비액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만 초과분의 일부를 공항과 나누도록 계약을 손질했다.
아시아 공항들이 임대료 산정 방식을 바꾸는 것은 여객 회복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의 ‘2026 공항경제 보고서 및 핵심성과지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공항 여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면세점·식음료 등 비항공 수익은 2019년보다 9% 감소했다. 승객 1명당 비항공 수익도 7.57달러로 12% 줄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5월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28.5% 늘었지만 1인당 구매액은 13.8% 감소한 약 69만7000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인천공항은 출국객 수에 객당 임대료를 곱해 총 임대료를 정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출국객 증가로 임대료 부담만 커진다며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신라·신세계가 반납한 사업권의 객당 임대료는 2023년 당시 낙찰가보다 약 40% 낮아졌다. 하지만 출국객이 늘수록 총 임대료도 함께 증가하는 산정 방식은 그대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출국객이 늘면 면세점 매출도 함께 증가했지만 지금은 소비 패턴이 달라져 여객과 매출이 따로 움직인다”며 “임대료 산정 방식도 실제 소비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