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낡은 철공소의 쇳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퍼지고, 다른 골목에서는 떡볶이 냄새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상인들의 흥정 소리로 가득한 시장 골목을 지나면 감각적인 카페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이어진다. 서울 중구 신당동은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이른바 ‘힙당동’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형성된 결과는 아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발간한 2025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 ‘신당동: 神·新·Hip’은 신당동의 형성과 변화를 세 가지 층위로 정리한다. 신을 모시던 공간에서 근대 도시로, 다시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지역으로 이어진 흐름이다.
신당동이라는 지명은 ‘신을 모시는 집’을 뜻하는 신당(神堂)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광희문 밖 이 일대는 시신이 도성을 빠져나가던 통로이자 동활인서가 위치했던 곳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무당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며 치유와 위로의 기능을 수행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는 ‘새 신(新)’ 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무당개울·무당다리 등 지명에는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근대 이후 신당동은 도시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문화촌’ 조성을 통해 격자형 도로와 주택지가 들어섰고, 전차 노선이 연결되며 접근성이 개선됐다. 광복과 6·25 전쟁 이후에는 피란민과 귀환 동포가 유입되며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겪었다. 이후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현재의 도시 골격이 형성됐다.
신당동의 특성은 골목 단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싸전거리, 떡볶이거리, 개미골목, 철공소거리 등은 특정 산업과 생활사가 축적되며 형성된 공간이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상권이 아니라 생계 활동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최근에는 산업 구조와 상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봉제·의류 분야에서는 3D와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시도되고 있으며, 기존 상권 사이로 신규 브랜드와 작업실이 유입되고 있다. 과거 산업 기반 위에 새로운 소비와 문화가 결합되는 양상이다.
외국인 방문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떡볶이거리를 중심으로 아시아 관광객이 주를 이루던 흐름에서 벗어나 서양권 방문객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동대문과 인접한 입지와 대중교통 접근성, 그리고 한국적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매장의 경우 평일 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이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신당동은 조선의 무속 신앙부터 근현대의 주거·상업적 변화, 그리고 현재의 문화적 흐름까지 서울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신당동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서울책방과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