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등학교와 광주제일고등학교 간 야구 경기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가 나와 파문이 커진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관련 역사 왜곡과 지역 비하 게시물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분별한 콘텐츠에 노출된 학생들을 징계하기 앞서 온라인상의 가짜뉴스와 왜곡·혐오 콘텐츠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18기념재단은 올해 5월 접수된 민주화운동 왜곡 제보 가운데 146건에 대해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측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를 포함해 5~6월 재단에 접수된 5·18 왜곡 관련 제보는 최소 1910건에 달했다. 경찰청도 이날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 등의 허위 정보를 유포한 계정 74개를 수사해 피의자 9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제보된 게시물은 대부분 짧은 분량에 자극적인 조롱을 담고 있었다. 계엄군 발포라는 역사적 맥락은 지운 채 시민 저항의 일부 장면만 떼어내 비아냥거리로 만든 “5·18은 항쟁이다(무기고를 털며)”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일부 게시물은 “CIA 문서가 공개됐다”거나 “국정원 자료가 있다”는 식으로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처럼 제시했다. ‘성역팔이’ 같은 표현은 추모와 진상 규명 자체를 비꼬는 데 쓰였고 광주·전라 지역을 겨냥한 비하 은어도 다수 확인됐다.
이 같은 게시물은 새로운 의혹 제기라기보다 기존 왜곡 프레임의 반복에 가까웠다. 재단에 따르면 5·18 왜곡 게시물은 스레드에서 가장 많이 확인됐고 인스타그램이 뒤를 이었다. 유튜브와 X(옛 트위터)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 짧은 문장과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에서 5·18 왜곡이 조롱성 문구와 은어로 압축되면서 청소년들이 이를 단순한 농담성 구호로 소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문제는 후속 조치가 더디다는 점이다. 게시물의 주된 유통 경로인 해외 플랫폼 측이 개별 사안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다. 재단에 따르면 5월 기준 최종 접수돼 조치가 요청된 146건 가운데 이날 현재 게시 중단 처리된 사례는 15건에 그쳤다. 재단 관계자는 “외국계 플랫폼이 많다 보니 게시 중단을 요청해도 확인과 처리까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온라인상 5·18 폄훼가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흡수되는 구조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극적인 조롱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복 노출되고 이를 접한 학생들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구호나 농담으로 사용한다면 역사적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전히 극단적인 생각 표명이 가짜뉴스나 릴스 등을 통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징계를 강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혐오 표현의 문제와 영향 등 본질적인 부분이 학교 교육에 포함돼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정치 인사들의 개입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확산시키고 있는 만큼 과도한 개입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인기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본명 정원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섭노”라는 발언을 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서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때리기’에 가세하는 등 정치권의 개입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이념 논리에 치우치면서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정치권이 이슈 하나하나에 과하게 이념 편향적이거나 흑백논리식으로 대응하면서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과잉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일부 학부모, 교직원 등 86명은 이날 광주일고를 찾아 5·18 조롱 응원 구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감독도 “지역 비하 응원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며 선수 지도 책임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