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 축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가 광주 군공항으로 낙점된 것은 ‘속도’와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판단에서다. 250만 평 규모의 국유지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고 공항 부지 특성상 평탄화가 완료돼 공사 기간을 3~4년 이상 단축할 수 있는 데다 접근성까지 갖춰 기업들이 정부보다 먼저 최적 입지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기업들은 호남권 입지 후보지 가운데 광주 군공항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광주 도심과 KTX역에 인접해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고 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 접근성도 우수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광주 군공항에 팹을 신설하는 방안을 전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두 회사가 같은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보안 우려도 제기됐지만 양 사는 “보안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협력 업체가 집적되면서 공급망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의 가장 큰 강점은 대규모 확장성이다. 반도체 공장은 생산 시설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 시설, 물류 시설이 함께 들어서야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기존 광주 첨단3지구는 이러한 확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반면 광주 군공항은 장기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산업 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정부보다 먼저 광주 군공항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5년여 전부터 광주 군공항 부지를 검토하며 입지 분석을 사실상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후보지를 설명하기 전부터 용인에 이은 차기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광주 군공항의 적합성을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지 규모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약 235만 평)에 팹 6기를,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업단지(약 126만 평)에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약 250만 평 규모의 광주 군공항 부지도 양 사의 신규 팹을 수용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 역시 광주 군공항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공항 부지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돼 대규모 토목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기존 활주로와 기반 시설도 활용할 수 있어 클러스터 조성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통상 산업단지 조성에는 평탄화에 2~3년, 토지 보상에 1~2년가량이 소요된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토지 보상, 전력·용수 공급, 각종 인허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대신 동시에 추진하는 ‘슈퍼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국유지라는 점도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강 실장은 “협의 수용과 강제수용을 병행하는 것과 별개로 광주 군공항은 국유지인 만큼 토지 수용 리스크가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에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업이 국·공유지를 사용할 경우 사용료와 대부료를 50%에서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접근성과 산업 인프라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솔라시도나 새만금 등 대안 부지도 검토했지만 접근성 문제로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광주 군공항은 광주 도심과 KTX역이 가까워 우수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에서 강점을 갖춘 데다 고속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망도 확보하고 있어 수도권을 벗어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지형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만이 1980년부터 신주과학단지에 600여 개 반도체 기업을 집적해 세계 최대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화성·평택·청주·이천에 이어 용인과 호남을 잇는 초대형 반도체 벨트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광주 군공항을 클러스터로 활용하려면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는 등 신규 공항 건설이 선행돼야 하고 장기간 군공항으로 사용된 부지의 토양 정화 작업도 변수다. 강 실장은 “(신공항 건설 전이라도) 광주 군공항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사업 기간 단축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