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 가 협력사에 지원한 투자액이 올해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확보에 필수적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핵심 기술 국산화로 제품 수율과 원가 경쟁력도 동시에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SK하이닉스는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동반성장 기술협력 투자액이 올해 1조 167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2년간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밝힌 목표치를 크게 초과해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5년간 9521억 원을 실제 집행했는데 애초 투자 목표치였던 7161억 원을 약 33% 초과 달성했다. 올해 처음으로 누적 투자 1조 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제시했는데 지난해 목표 대비 초과 금액을 고려할 때 지원액이 1조 2000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회사 측은 2020년 ‘협력사 관리 전담 부서’를 출범한 후 동반성장 기술협력 투자를 매년 집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 협력사 기술협력 누적 투자액 목표치도 1조 5000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소부장 국산화를 주도하기 위해 국내 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HBM 등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는 초미세공정과 고도의 패키징 기술이 요구된다. 수입산 장비와 소재에만 의존할 경우 수율 확보와 원가 절감에 한계가 뚜렷한 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날로 커지는 형편이다.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안정적 생산 라인을 구축하려면 협력사들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일이 필수가 된 셈이다.
회사 측은 2017년부터 잠재력 높은 협력사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공동 기술 개발과 무이자 대출, 그리고 경영 컨설팅을 돕고 있다. 단기 비용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기술 방파제를 쌓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성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지원 대상 기업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인 아이엠티(451220) 와 넥센서를 선정했는데 지금까지 협력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20개 업체 중 4개사가 증시에 상장하며 자생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체질 개선 등 전방위적 생태계 조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상생 취업 프로그램인 청년 하이파이브(Hy-Five)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이 제도를 통해 지난해까지 975명이 협력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뜻의 더블보텀라인(DBL) 철학 아래 협력사 온실가스 저감도 돕고 있다. 466개 협력사 소속 구성원 6000여 명에게는 맞춤형 실무 교육도 무상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고도화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소부장 기업들과 원팀 생태계 구축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선행 투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