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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05.07.2026 1분 읽기

민병권

논설위원

미국 의회는 1938년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제정했다. 최저임금제와 주40시간 근로제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그러면서도 이들 제도의 예외 조항을 함께 법에 명시했다. 일정 급여 이상을 받는 경영·행정·전문직 등에 대해서는 주40시간 이상 일해도 고용주가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에 달하는 할증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는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 면제라는 뜻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로 불린다.

당시 미국이 근로기준법에 예외 규정을 둔 것은 육체 노동자인 블루칼라와는 다른 화이트칼라의 직종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블루칼라의 작업 방식과 생산량은 시간 단위로 규격화돼 근로시간 규제가 효력을 낼 수 있지만 화이트칼라는 그렇지 않다. 물론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대상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우선 근로자가 직무별 심사의 여러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급여 기준도 만족해야 하는데 주급이나 월급·연봉 등 정기적 형태로 받고 그 금액도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이 급여 기준 하한은 1938년 주급 30달러였다가 점차 올라 현재 주급 684달러(연봉 3만 568달러)에 이르렀다. 만약 연봉 10만 7432달러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라면 여러 직무 심사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된다.

최근 우리 정부도 한국판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처럼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메가특구특별법안’에 반영할 듯하다. 이래서는 특정 지역·업종에 한정하지 않고 화이트칼라 직군에 폭넓게 근로시간 규제 특례를 준 미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보수적인 일본조차 2018년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과 유사한 ‘고도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의 규제 혁신이 일본에도 못 미친다면 글로벌 생산성 전쟁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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