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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2035년엔 수영장 80만개분 용수 필요… “정권 따라 널뛰지 않는 댐·보 계획 짜야”

05.07.2026 1분 읽기

반도체 산업은 화학물질을 통해 패턴을 새기는 공정의 특성상 주요 공정마다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한다. 화학물질을 희석해 농도를 맞추는 것도, 웨이퍼 표면의 각종 물을 닦아내는 것도 모두 물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서버에서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 과거 공랭식 냉각 방식에서 최근에는 칩 후면에 차가운 물을 흘리는 관을 직접 붙이는 수랭식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정부가 우리나라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재편에 착수한 배경에도 이 같은 물 부족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논밭에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를 예측하고 공급하는 것이 국가 물 관리의 중추였다면 앞으로는 첨단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국가 생존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문제는 현재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및 하위 계획이 이 화두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을 자초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2021년에 수립한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년)에 따르면 추가 투자 없이 현재의 용수 인프라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약 50년 빈도로 오는 최악의 가뭄이 발생할 경우 전국의 생활·공업용수 부족량은 연간 660만 ㎥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물 부족이 가장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영산강·섬진강 권역으로 부족량은 연간 470만 ㎥ 수준이다.

문제는 이 계획에 호남권 반도체팹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 최상위 물 계획은 2030년까지의 대책만 제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가동을 위한 65만 ㎥ 규모 용수 공급 방안을 내놓았지만 단일 프로젝트 공급 방안과 국가 또는 권역별 용수 공급 전망 및 대책 간 정합성은 빨라도 2차 기본계획이 마련될 2031년에야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국민 보고회에서 “호남 지역은 개발에서 배제되고 농업도시 비슷하게 관리되는 바람에 수자원 관리가 엉망진창으로 낭비되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한반도 기후는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반도체 팹 4기가 들어설 광주 지역의 여름철 강수량 편차는 2020년대 들어 매년 커지고 있다. 2020년 여름에는 1471.3㎜의 비가 내렸다가 2021~2022년 여름 강수량이 2020년의 절반 이하로 줄고 2023년 여름에 다시 1467㎜로 치솟는 식이다. 이 지역 강수량은 이듬해인 2024년 여름 531.6㎜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여름 1301.8㎜로 또 확대됐다. 정부가 GW(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한 강원도 지역에서는 지난해에 강릉을 중심으로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급수가 제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산업계는 보다 장기적인 용수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를 생산하고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물이 필요한 만큼 예측 가능하고 정합성 있는 물 관리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외 생산 시설에서 사용한 물은 역대 최고치인 3억 14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물 사용량은 2019년만 해도 2억 2500만 톤이었는데 6년 만에 사용량이 40%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들은 2035년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물이 20억 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80만 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강부식 단국대 인프라건설공학과 교수는 “현행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반도체 팹 등 대규모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므로 기본 계획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 공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국가 물 계획의 새 판을 깔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전 세계 주요국가들은 물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AI 발전 및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수재해 등에 대비해 댐·보 등 치수 인프라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이 2010년대 이후 1억 톤 이상 댐 2개 등 총 29개의 댐을 새로 지은 데 이어 최근 콜로라도 지역 댐을 40m 높였다. 일본은 총 15건의 댐 신·증축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댐과 보 신설 계획이 춤추는 현재 구조로는 안정적 장기 투자 계획을 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 역시 조만간 지천댐·감천댐·병영천댐 등 7개 신규 댐 후보지에 대한 추진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24년 윤석열 정부 당시 물 부족 해소를 위해 14개 댐을 신규로 건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지난해 이 가운데 7개 댐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나머지는 전문가 검토 및 공론화를 통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재국 입조처 조사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이곳에 용수를 대규모 공급하면 향후 신도시·산업단지 등 신규 개발 사업에 필요한 수도권 지역의 용수 여유분이 크게 줄게 된다”며 “댐 건설을 통한 수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크다면 하천수 사용 조정 등 비구조적 대책을 우선 시행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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