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140만명이 넘는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담배를 끊은 기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금연 2년을 넘기면서 위험 감소 효과가 뚜렷해졌고 8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경우에는 현재 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4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이다. 고령일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흡연이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금연 기간에 따른 위험 감소 효과를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2002∼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성인 140만3636명을 평균 10.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대상은 건강검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흡연 여부를 바탕으로 비흡연자, 지속 금연자, 현재 흡연자로 구분했으며, 금연과 흡연을 반복한 사람이나 흡연 상태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는 지속 금연군에서 제외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새롭게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모두 5만8519명이었다. 분석 결과 현재 흡연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24.6%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금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현재 흡연자와 비교하면 금연 2년 미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0.1% 낮았고, 2∼3년은 23.4%, 4∼5년은 17.6%, 6∼7년은 29.0% 각각 감소했다. 8년 이상 장기간 금연을 유지한 경우에는 위험이 41.8%까지 낮아졌다.
연구팀은 금연 효과가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나타난 점에도 주목했다. 금연 2년 미만인 사람은 평생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3.6% 높았지만 현재 흡연자보다는 위험이 낮았다. 이후 금연 기간이 2년을 넘어서면서 위험 수준은 비흡연자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흡연이 뇌에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뇌혈관 기능 저하와 혈액-뇌 장벽 손상을 일으킨다. 이 같은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단백질 이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금연을 시작하면 뇌혈관 기능과 염증 반응이 점차 회복되면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서서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다만 흡연으로 축적된 신경퇴행성 손상이 충분히 완화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 금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전체 치매가 아닌 알츠하이머병만을 별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연구 대부분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전체 치매를 대상으로 분석해왔지만, 연구팀은 흡연이 혈관 손상과 신경퇴행에 각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질환별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수십 년 전부터 병리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어서 금연 효과 역시 단기간보다 장기간 유지될 때 더 크게 나타난다”며 “8년 이상 장기 금연군에서 가장 큰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된 것은 이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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