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대량 출몰이 예년보다 잦아든 가운데, 이번에는 갈색여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불암산과 수락산, 경기 남양주 일대에서는 곱등이처럼 생긴 곤충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등산객들은 불암산과 수락산 산책로 주변에서 갈색여치 수십 마리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남양주 인근 불암산에서는 100마리가 넘는 개체를 봤다는 신고도 나왔다. 심지어 남양주시 한 아파트와 노원구에도 갈색 여치가 무리 지어 출몰하고 있다는 제보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곱등이로 오인하는 곤충이 대부분 갈색여치라고 설명한다. 갈색여치는 성충 기준 몸길이 2.5~4㎝ 정도로 갈색이나 암갈색을 띠며, 배 아랫부분은 연한 녹색이다. 날개는 퇴화해 짧고, 강한 뒷다리로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갈색여치는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돌발 해충으로 분류된다. 개체 수가 적을 때는 산림 속 초본류를 먹고 살아 수목 피해가 거의 없지만, 먹이가 부족해질 정도로 개체 수가 급증하면 야산과 인접한 복숭아·자두·포도·사과 과수원으로 이동해 과실을 갉아 먹는다. 강한 턱을 가진 잡식성 곤충이어서 봉지를 씌운 과일까지 훼손할 수 있으며, 한 나무에 수십 마리씩 몰리는 사례도 보고됐다.
사람을 물 가능성도 있어 발견했을 때는 손으로 잡거나 가까이 접근하기보다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기기보다 비닐봉지도 뜯는 탈카로운 턱으로 사람을 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색여치는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곤충으로 알 상태로 겨울을 난다. 약충은 4~6월, 성충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며 암컷 한 마리가 90~100개의 알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갈색여치 증가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는 기온이 2.5도 상승하면 산란율이 58~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이 땅속에서 2년 이상 휴면할 수 있어 특정 해에 갑자기 대량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색여치는 이미 2006~2007년 충북 영동을 비롯해 옥천·청원·보은 등에서 대규모로 발생해 과수 농가에 큰 피해를 준 바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 산지 주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생활권에서 목격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시민들을 괴롭혔던 러브버그는 올해 대발생 양상이 다소 누그러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선제 방제와 기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인천 계양구는 지난 5월부터 유충 서식지인 등산로 낙엽을 정비하고 계양산·천마산 일대 15㏊에 약제를 살포했으며, 지난달에는 롤트랩(끈끈이) 설치와 살수 방제를 집중 실시했다. 여기에 올해 6월 기온이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점도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러브버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안양·수원 등에서는 여전히 발견되고 있지만, 지난해처럼 특정 지역에 대량으로 몰리기보다 넓게 분산돼 낮은 밀도로 출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갈색여치의 경우 개체 수가 늘어날 경우 과수원 주변에 촘촘한 방충망을 설치해 유입을 막고, 조류나 개구리·두꺼비 등 천적을 보호하는 생물학적 방제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야산과 인접한 지역에서 갈색여치를 발견할 경우 무리하게 접촉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