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년 4개월을 끌어온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회사가 결국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됐다. 수십 개 점포의 문을 닫고 알짜 자산인 익스프레스까지 매각하며 버텼으나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금융) 지원을 두고 메리츠금융지주(138040) 와 MBK파트너스가 평행선을 달리며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1만 명이 넘는 임직원의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법원이 2주간의 즉시항고 기간을 부여하면서 파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파산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운영자금 2000억 원 조달이 가능하다면 ‘재도의 고안’을 통해 14일 내 이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절차는 법원이 즉시항고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시 이전 결정을 고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마지막 2주간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압박에도 메리츠와 MBK 등 두 거대 자본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파산을 막기는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과 유통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꺾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실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는 이미 홈플러스에 사재 출연·연대보증·외부 차입을 통한 4000억 원 규모의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며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특히 메리츠가 2000억 원을 홈플러스에 지원할 경우 1000억 원에 대해서는 추가로 연대보증을 할 수 있다는 최종 제안도 던져뒀다. 아울러 메리츠금융의 경우 홈플러스가 파산되더라도 1조 원대 채권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자사가 상당한 재무 지원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 또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메리츠 역시 강경한 태도를 계속 고수해왔다. 이미 1000억 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납부해 뒀다면서 이에 대해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 보증을 서고 나머지 1000억 원은 대주주인 MBK가 직접 마련해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메리츠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MBK를 다시 한번 정조준했다. 메리츠는 “김 회장은 아직까지 메리츠가 제공한 DIP 1000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선 바가 없다”며 “MBK는 최대주주이자 경영 책임자로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마땅히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처럼 양측의 평행선이 이어지면서 홈플러스 파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온 이해관계자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회생을 위해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에 1200억 원을 받고 매각한 것은 물론 본체인 대형마트 매각도 다각도로 추진해왔다. 여기에 전체 126개 대형마트 매장을 104개로 줄인 데 이어 이 가운데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을 추가로 폐점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수정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지난달 말 제출하고 회생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왔다.
업계에서는 파국을 막기 위한 정치권과 당국의 전방위 압박과 중재 노력이 있었음에도 통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메리츠와 MBK 양측 최고경영진을 잇달아 면담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위한 중재를 시도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전날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에 중징계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국세청 역시 그간 메리츠증권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러한 조치들을 두고 홈플러스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양 사의 대치를 꺾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해주실 것을 간청드린다”며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채권자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도 이날 “MBK와 메리츠는 14일 내 2000억 원을 즉시 투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10만 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4일 안에 DIP 2000억 원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홈플러스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며 “법원의 회생 폐지 결정은 홈플러스에 생계를 의탁한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62개 자가 점포를 담보 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파산 절차 진행 시 점포 매각 등 담보권을 실행해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억 갈등 끝 홈플러스 회생 폐지! MBK vs 메리츠 쩐의 전쟁이 부른 파산의 모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