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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로 빠지는 IRP…은행권, KPI 높여 잔액 방어

03.07.2026 1분 읽기

은행권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잔액 방어에 고삐를 죄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 퇴직연금 자금이 빠르게 불어나자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관련 항목을 강화하며 고객 이탈 차단에 나선 것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 KPI에서 개인형 IRP 관련 배점을 높였다. 시중은행들은 IRP 잔액 증감에 따라 가점과 감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한다. 해당 항목의 평가 비중을 키운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KPI에서 꾸준히 핵심 영역으로 관리해온 항목으로 배점은 분기별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IRP 영업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최근들어 퇴직연금 실적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라 기존 고객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계열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우에는 실적상 일부를 인정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통해 IRP 자산을 KB증권으로 옮길 경우 이전 자산의 80%를 은행 영업점 KPI상 잔액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앞서 타 금융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빠져나가면 감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평가 체계를 개편했는데, 계열사로 이전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직접투자형 상품으로 옮겨가며 증권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64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 6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같은 기간 131조 원에서 141조 원으로 10조 원 늘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증권사가 은행을 크게 앞선 셈이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확정기여형(DC)과 IRP에서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은행이 1조 원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증권사는 5조 원 늘었다. IRP 역시 은행은 5조 원, 증권사는 7조 원 증가해 증권사의 증가 폭이 더 컸다.

고객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는 상품 운용 편의성과 선택지 차이가 꼽힌다.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증권사와 달리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하기 어렵다. 투자 가능한 상품군도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되면서 자금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IRP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 라인업을 확대하고 모바일 플랫폼을 개편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 퇴직연금 ETF 상품 21종을 추가해 총 260종의 ETF 라인업을 구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는 고객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상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며 “고객이 모바일에서 보다 쉽게 상품을 고르고 매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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