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내 벤처 기업들의 중동 진출 움직임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방산부터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기업·기관과의 교류를 재개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드론 개발사 니어스랩은 최근 중동 한 국가에 공급할 드론 수출 물량의 출하를 시작했다. 니어스랩은 지난해 해당 국가와 1000만 달러(약 15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올해 2월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기치 못하게 납품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양국이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수출 절차가 재개됐다. 니어스랩은 올해 안에 전체 납품 물량의 선적을 마치고, 수출 실적에 따른 매출 반영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발전소 비파괴검사 업체 다온기술도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현지 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온기술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2호기 계획예방정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이란 충돌 여파로 현지 긴장이 고조되면서 임직원 파견과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휴전 기간 중 임직원들이 UAE에 머무는 상황에서 원전을 겨냥한 드론 공습까지 발생하며 긴장감이 커졌다. 이후 정세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업도 다시 추진되고 있다. 다온기술은 올해 9월과 내년 1월 경영진과 기술진을 바라카 원전에 파견해 남은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AI 관련 기업들도 중동 진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UAE 통신사 이앤드(e&)와 UAE·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합작법인을 기반으로 AI 수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말 이앤드 본사와 요르단 지방정부 등의 요청을 받아 ‘헬프나우 AI 플랫폼’을 시연했다. 헬프나우 AI 플랫폼은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베스핀글로벌의 플랫폼이다. 최근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자체 서버 환경에서 구축 가능한 AI 개발 플랫폼 수요가 늘면서 베스핀글로벌이 주요 파트너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새롭게 중동 사업 활로를 개척한 스타트업도 있다. AI 보안 기술 스타트업 에임인텔리전스는 UAE의 상장사 프리사이트의 글로벌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박하언 에임인텔리전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임직원들은 9월 아부다비에 방문하고 현지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는 교류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임인텔리전스는 프리사이트가 개발한 AI 서비스의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는 솔루션 공급을 검토 중이다.
벤처 업계에서 중동은 아직 진출 여지가 큰 미개척지로 여겨진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해외 수출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 9573곳 가운데 중동에 직간접적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5.3%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중동 정부기관과 현지 기업들이 한국의 AI, 에너지, 자율주행 분야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검토하면서 국내 벤처기업에도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박근택 다온기술 대표는 “아직 중동의 위험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 벤처 기업들에게 지금은 위기가 아닌 기회를 붙잡을 시기”라며 “우리 기업들이 중동 현지 정부 및 업체들과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전후(戰後)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