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내게 지렛대와 받침점만 달라. 지구도 들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작은 힘으로 큰 물체를 움직이는 지렛대의 원리를 설명한 말이다. 금융 용어 레버리지도 여기서 나왔다. 작은 돈으로 큰 투자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렛대가 길어질수록 작은 흔들림에도 균형을 잃기 쉽다.
2006년 6월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가 세계 최초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월가는 혁신으로 받아들였다. 개인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에 손쉽게 투자하며 파생상품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레버리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레버리지 위에 다시 레버리지를 얹는 시대다.
지난달 해외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를 기초자산으로 최대 50배 레버리지 선물을 상장했다. KORU 자체가 코스피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만큼 코스피 등락에 최대 150배까지 베팅하는 상품이 등장한 셈이다.
숫자만 보면 달콤하다. 코스피가 1% 오르면 이론상 15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0.67%만 하락해도 원금은 사실상 모두 사라진다. 그럼에도 돈은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KORU 선물은 상장 1주일 만에 거래액 2조 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 20배 선물도 10조 원에 육박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접근성이다. 국내 투자자는 업비트나 빗썸에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산 뒤 해외 거래소로 옮기기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해외 거래소라 규제 권한이 마땅치 않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영국 등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 감독을 이유로 바이낸스의 접속을 제한하거나 영업을 규제해왔다. 지렛대는 무거운 바위를 들어올리라고 만든 도구다. 이를 끝없이 이어붙이면 언젠가는 바위보다 먼저 지렛대가 부러진다. 금융도 다르지 않다.
